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때이다!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때이다!
  • 김철승
  • 승인 2016.11.03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인 여성선교사인 마티 잉골드에 의해 1898년 11월 3일 중화산동에서 첫 진료를 시작한 것이 호남지방에 현대의학이 도입된 시작점이다.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이 일어난 지 3년 뒤의 일이다. 초창기에는 진료가 어린이와 여성에게만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전주는 조선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양반 고을이었다. 여자에게 남자가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남자의 권위가 손상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었던 시대였다. 또한 서양의학에 대한 이해부족과 두려움이 있었다. 여자 또한 같은 여자이지만 서양 여자의사에게 가슴 속살을 보이면 안 된다는 보수적 사고로 인해 가슴 앞쪽으로 청진기를 사용하지 못해, 등 뒤에서만 청진기로 진찰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예수병원 의학박물관에 사진으로 남아있다. 생소한 외국 약을 먹지 않거나 욕심을 내어 너무 많이 한꺼번에 먹는 등의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질병에 대한 관념도 잘못되어 있었다. 질병은 귀신 때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였다. 기록에 의한 한 예를 보면, 태어나면서 쇠약하여 병든 아이에 대해 마을 사람들은 이 아이가 때어나기 전에 그 마을의 이웃들이 개를 죽였기 때문에 병이 든 것이라고 믿었다 한다. 이러한 미신적 관념은 부적을 붙이거나 굿을 하거나 인분을 상처에 바르는 등의 비과학적 치료에 의존해 있었던 상황이었다.

물론 서양에서도 우리보다 일찍 이런 샤머니즘과 관련된 미신적 질병관이 있었고 여러 노력과 과학적 발전을 통해 이를 깨치고 의학이 발전하였다. 특히 정신의학은 의학의 분야 중 가장 늦게 인정받았다. 정신질환은 시대적으로 많은 오해와 편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중세시대에만 해도 정신병 환자를 마녀라 하여 고문하고 화형에 처했었다. 용기 있는 의사들에 의해 ‘마녀가 아니라 정신병이기 때문에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음에도 마녀사냥은 1680년에야 비로소 근절되었다. 그 후에도 정신병 환자를 수용시설에만 가둬 두었던 긴 시절이 있었다. 환자의 쇠사슬을 풀고 인도적 치료를 시작한 것이 고작 200년 전 일이다. 현대의학이 발달하면서 뇌의 기능과 구조에 대한 지식이 증가함에 따라 “정신병은 뇌의 병이다”라는 설이 주류를 이루고 이 방면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게 지게 된 결과이다. 의식의 합리성 너머에 존재하는 무의식이 있다는 프로이드의 학설로 인해 무의식이 정신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은 고전적 의학의 전통적 입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정신장애의 원인을 완전히 밝히지는 못했지만, 뇌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많은 다양한 약물 또한 개발되었다. 현재의 정신의학은 정신질환 환자의 진단과 치료의 범위를 넘어 정신장애 분야의 예방과 재활에서 사회공동체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즉, 정신의학은 정신건강의 전반적인 문제로 그 대상을 확대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 공동체에서 정신장애인들이 자신 혹은 타인에 의해 인지되지 못하고 사회구성원들 속에서 그럭저럭 생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정신의학자들은 군대, 학교, 종교시설 등, 폐쇄적인 환경에서 이런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일반 국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청와대,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도 정신적 장애나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범주로 포함해야 할 처지다. 현재 언론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 진실이라면 여기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정신장애를 가진 환자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는 도대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삼류소설이나 주간지에 등장할 관계와 행동과 단어들을 어찌 정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출근길에 만난 택시기사 아저씨의 “미쳤다”라는 진단이 옳았다. 그들을 환자로 보는 측은한 마음이 있어야 이해가 되고 마음도 편해진다. 정치적 해결이나 사법적 판단보다 더 앞서서 증상이 심해지는 환자는 치료가 시급하다.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국민들도 정신의학적 치료와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118년 전 전주 중화산동에서 미개하게만 보이는 조선의 백성을 불쌍히 여기고 치료에 힘썼던 백인의 한 여의사의 마음으로 이 사태를 일으킨 주역들을 바라보자! 과거에 정신장애 환자를 마녀로 알고 죽였던 시대에서 환자로 인정하고 치료를 시작한 이후에 마녀를 판별하던 사람들과 마녀를 이용해 돈과 권력을 유지하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졌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인들이 일반인들과 다른 정신세계에 사는 환자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잘 치료를 받는다면 본인 스스로도 좋고 자연스럽게 주위에서 권력과 돈과 이윤을 챙기던 사람들도 사라질 것이다. 감시기관은 무관심과 방임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일도 없어지고 그 틈을 이용하여 많은 이들이 권력과 야합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정신이 건강하여야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 편하고 쉽게 살려는 이기주의를 막을 수 있고 서로 협동하는 공동체 정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정신이 21세기, 2016년을 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의학적 진단과 치료가 시급히 필요한 때이다. 미쳐가는 사회가 아닌 건강한 사회가 되는 길이다.

김철승<의학박사/예수병원 진료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