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의 교육에 대한 책무
자치단체장의 교육에 대한 책무
  • 주낙영
  • 승인 2016.11.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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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우리 연수원과 중앙교육연수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합동 세미나가 열렸다. 일선 현장에서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간부 공무원들간의 소통과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헌법은 주민복리에 관한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교육은 주민복리 증진에 핵심적인 요소다.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교육사무를 자치단체장의 책임하에 두고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분리해서 독립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앞으로 30년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1/3이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는데 저출산·노령화에 더하여 지속적인 인구유출로 많은 농어촌 지역들이 생존 그 자체를 걱정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젊은 층이 지역을 떠나는 가장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자녀교육 문제라는 것을 생각할 때 시장, 군수들이 교육문제에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신경을 쓸 수 있는 구조로 지방행정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일선현장에서 일해 보면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절감하게 된다. 학교를 지으려면 위치선정에서 부지확보, 경비부담 문제에 이르기까지 양 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어린이 안전을 위한 스쿨존(school zone), 학교정화구역의 지정·운영도 시군구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학예와 체육에 관한 사무는 교육감 소관이라고 하지만 평생교육이나 주민복지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치단체장의 책무이기도 하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이나 누리교육과정 예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별개로 운영되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다. 특히 시군구에 설치된 교육지원청은 자치권 없는 시도 교육청의 하부 행정기관에 불과하고 관할구역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군수, 구청장의 협력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초래하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속 공무원들의 의식과 행태이다.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교실에 비가 새고 아이들이 화장실 가기를 꺼려도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은 뒷짐이다. 왜? 내 일이 아니니까. 아이들이 아침밥을 굶고 등교해도, 또 방과 후에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배회해도 무신경이다. 수능시험 성적이 떨어져 학부모들이 애를 태워도 남의 일이긴 마찬가지다. 이런 행태는 교육청에 당연히 이전해야 할 법정 경비의 지불 해태로 이어진다. 당장 우리가 쓸 예산도 부족한데 교육청에 줄 돈은 좀 천천히 줘도 괜찮다는 심보다. 교육감을 비롯한 지방교육 행정가들의 인식도 문제다. 교육은 전문적이고 특수한 분야니 일반행정은 일체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 지원은 하되 관여는 말라니 자치단체장도 선뜻 도와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행정자치부가 나서서 직원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가난한 시군은 학교에 자금지원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을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교육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길이다. 우선 시도 광역단위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교육자치를 시군구 기초단위에서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연계 통합성을 강화하여 교육에 대한 단체장의 책무성을 높여야 한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걱정된다면 단체장에게서 상대적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진 기관을 설치하여 운영하면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입법기술적인 문제로 선진국에서도 다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개혁은 오랜 시간을 요한다. 이 문제에 관한 이해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교육자치의 개념에 대한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시급한 일은 양 기관간 소통의 물꼬를 트는 일이다. 마음을 열고 소통해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다. 우리 연수원에서 교육행정 공무원들과 함께 공동 세미나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회식자리에 자주 등장하는 건배사로 통! 통! 통!이 있다. 의사소통하면 만사형통하고 운수대통한다는 뜻이다. 술자리 구호로가 아니라 진정으로 소통과 협력을 실천하는 사회분위기를 기대해 본다.

주낙영<지방행정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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