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말아야 할 이름들
기억하지 말아야 할 이름들
  • 김진태
  • 승인 2016.11.01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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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국정과 관련된 새로운 소식-결코 유쾌하지 않은-들이 우리들의 머리와 가슴을 때리고 있다. 청와대와 연관되어 호가호위하던 인사들의 비리와 전횡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점입가경이 되고 있다. 지금껏 양심과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법에 충실하게 생활하던 서민들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런 언어도단의 행위가 가능하리라 누가 감히 꿈을 꿀 수 있었을까 싶다. 작금의 사태를 일장춘몽이라고, 그저 꿈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을 정도로 크나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적잖은 이 나라의 청년들이 취업, 경기불황, 금수저 등에 대한 절망감에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공공연하게 회자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서서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춰왔다.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이 국어와 국사과목이라고 배웠다. 우리들의 혼과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언어와 현재에 이르는 과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건국부터 우리들만의 고유한 정신과 자긍심이 있었기에 숱한 외침에도 꿋꿋하게 견디어 온 것이라는 가르침을 토대로 그런 자랑스러운 나라의 국민으로 성장하라는 당부를 받으면서 성장해 왔다. 지금의 나라가 존재하기까지 숱한 역사적 인물들의 행적을 본받고자 아니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우리들은 그들을 위대한 인물이라고 지칭하면서 흠모해왔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에는 너무나 많은 위인들이 있고 그 업적을 알기위한 노력에 간혹 지쳐버리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필요하기에, 알아야 하기에 포기에 대한 유혹과 갈등을 극복하면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형성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기에 월드컵에서의 전세계를 놀라게 한 길거리 응원이 나왔고 단결된 모습으로 작은 나라에서 도저히 방출될 수 없는 에너지를 발휘하면서 경제적 성장을 달성해 온 것이라 믿고 싶다.

주변의 나무들은 성장하면서 많은 가지를 가지게 된다. 햇빛을 좀 더 많이, 오래 받기 위해서는 잎을 크고 많이 만들어야 한다. 광합성이 필수적인 나무로서는 주변의 나무들과 경쟁하려면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제한된 햇빛을 받는 여건에서는 자신의 잎과 가지를 정리할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가지와 잎들을 계속 유지할 수 없는데 정리시기를 놓치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고사목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나무도 스스로 가지를 정리하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지는 마르게 해서 영양분을 좀 더 경쟁력 있는 가지로 집중시켜 준다. 숲을 이루는 많은 나무들의 무성한 가지는 햇빛이 잘 드는 위쪽에 있고 아래는 줄기만 있는데 공간과 햇빛수용이라는 효율성을 감안한 나무경제학의 결과다.

생물체는 생존이라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다양한 생물들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주변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적응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구성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구성원들이 동일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책임과 권한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피라미드구조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이다. 최종 결정자는 단순히 구성원들의 노동력만을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면서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리더가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기에 열심히 자신들의 능력과 노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가장 기본적인 구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나무조차 자신의 일부가지를 떼어내는 결단과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정보들은 너무 많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불필요한 인사들이 갑자기 대거 등장하고 있다. 시시각각 속보가 전해주는 내용은 정신건강에 전혀 도움되지 않기에 지워버리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을 위해 열심히 마무리 중인 수험생들에게 전혀 기억할 필요없는 인물들에 대해 혹시라도 잠깐이나마 고민하는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다.

김진태<전라북도보건환경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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