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새로운 천년의 조건
전라도, 새로운 천년의 조건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6.11.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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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1천년…新밀레니엄 시대 열자 ①

 1일 오후 2시 전주시 완산구 전동. 때 이른 겨울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물 제308호인 전주 풍남문(豊南門)이 위용을 자랑하며 짙푸른 하늘로 우뚝 치솟았다. 경기도에서 관광을 온 김철규 씨(53)는 “북쪽 편에 ‘호남제일성’이라 쓴 현판을 보니 천년고도 전북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전주부성의 4대문 중 남문인 이곳은 전라도 1천 년의 단면이다.

2018년이면 호남 땅이 전라도(全羅道)라는 행정구역으로 확정된 지 정확히 1천 년이 된다. 전라도는 현재의 광역자치단체 이름 중 가장 오래 사용하는 명칭이다. 고려 현종은 재위 9년인 1018년에 전국을 5개 도(道)로 나눴고, 강남도(江南道)와 해양도(海陽道)를 합쳐 전라도라 불렀다. 전자인 강남도가 지금의 전북이고, 후자는 광주·전남에 해당한다.

정도(定道) 1천 년은 한민족 천 년의 역사를 상징한다. 그 장구한 세월의 저변엔 전라도의 웅비하는 도전과 결기에 찬 의지가 도도히 흐르고, 다른 한켠에는 한과 설움의 그늘도 짙게 깔려 있다. 전라도 1천 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찾는다면 용기와 결단, 위기 극복의 의지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국제교류의 중심지로 아시아의 패권을 뒤흔들었던 곳,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사람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던 땅, 이렇게 전라도는 우리의 근대 역사까지 걸어오며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위상을 달리했다.

유구한 시간만큼 굴곡도 심했던 전라도는 현대사의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경부 축 중심의 거점 개발과 경쟁력 우선의 경제성 논리에 휘둘려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최근엔 전라도 혐오증이 만연하고 인구와 세력이 급격히 줄어들며 선거구까지 격감하는, 그야말로 ‘벼랑 끝 전라도’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전라감영을 두고 전라도를 호령했던 전북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한없이, 하릴없이, 도세(道勢) 영토의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한 지역의 모든 지표를 총괄하는 인구만 놓고 보면 지난 50년 새 65만명 가량 격감했다. 66년 말 252만명에 육박했던 전북인구는 최근 187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3백만 도민들아 모두 나서라….” 1960년대 초에 만들어진 전북 도민의 노래 3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300만이 아니라 200만을 회복하는 ‘희망가’를 과연 다시 부를 수 있을까? 전북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개발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오는 2020년 목표인구를 추정하면 전북은 186만명에서 최대 187만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과거추세 연장법’에 따른 예측이란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그대로, 앞으로 10년, 향후 100년을 또다시 그저 그렇게 흘려보낸다면 전북엔 미래가 없다는 말과 똑같은 까닭이다.

현대사의 암(暗)은 비단 이뿐이 아니다. 정치와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의 절망과 위기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선거구가 줄며, 전북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배출한 국회의원은 10명으로 감소했다. 원로 정치인 K씨는 “정치 파워가 급격히 쇠잔되며 전체 국가예산 대비 전북예산 점유율도 매년 1%대에 만족, 자연스럽게 정치적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고 술회했다.

대기업이 쥐꼬리인 지역경제는 민간시장 영역이 너무 협소해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몰락을 부르고 있다. 심하게 표현해 “아침에 창업했다가 저녁에 폐업한다”는 말엔, 자생력을 잃어가는 전북경제의 현주소가 담겨 있다. 전국대비 제조업 비중이 3%대로 안착했음에도 전북은 여전히 대기업이 투자를 멀리하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전라도는 위기에 강하다. 과거 국난에 휘말릴 때마다 전라도가 앞장서 나라를 구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을 것”이란 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전문가들은 “전라도 1천년을 앞두고 전북이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쳐 지역차별을 해소하고 한민족 역사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송성환 전북도의회 행자위원장(전주 3)은 “도세가 약해 자립도가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각종 인프라를 깔지 못하게 돼 2030세대부터 전북을 등지고 있다”며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갖고 국가예산 확보,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 1천 년의 세월에 한반도의 역사를 끌어온 전라도가 다시 한번 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할 비룡(飛龍)으로 각인되도록 새로운 전라(全羅)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전북도민일보는 이와 관련, 전라도 개도(開道) 1천 년을 1년여 앞둔 올해 11월부터 연중기획으로 ‘전라도 1천년…新 밀레니엄 시대 열자’라는 주제의 대기획 시리즈를 연재할 계획이다. 연재는 전라역사 바로 세우기, 전라 그랜드 디자인, 역사루트 조명, 대형 프로젝트 추진 유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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