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조혜진 작가, 704-13호
한국의 조혜진 작가, 704-13호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6.11.0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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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변방의 외침]<8>

조혜진 작 - 704-13호

 전북도립미술관 입구를 지나 로비에 들어서면 조혜진 작가가 만든 집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낡은 집을 철거한 현장에서 수집한 창문, 샹들리에, 장식물 등을 그대로 미술관으로 옮겨왔다. 실제 집과 유사하지만 껍데기만 집의 형태를 갖춘 높이 4.4m 입체 작품은 그 자체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주목시키며 현대미술의 매력을 뽐낸다. 그 오브제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동시대의 현대미술은 조형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 문제를 들추며 미술가로서 발언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조혜진 작가의 작품 또한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작가는 철거 현장에 버려진 고물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그 안에 감추어진 것들을 끌어낸다. 거기에는 하루하루를 성실함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기도 있다. 이리저리 덧대 집을 증축한 것처럼 욕심을 부려 보기도 하지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하는 사람들. 바로, 가족이다.

 조 작가는 “그 안에서 나의 부모는 나를 자신들의 삶에서부터 되도록 더 높고 중심의 어딘가로 떨어내려 인내했고, 나는 현재의 나를 부정하는 것을 더 나은 삶의 향한 노력의 출발로 여기며 살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서 있는 곳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으로 기우는 인간의 욕망과 같은 것 말이다. 그는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안전하고 행복해 지려는 방법이었고, 부모님의 고생에 대한 보답이었으며, 어느덧 마땅히 갖추어야 할 삶의 태도로 인식하게 된 성실함으로 이루어 가야 할 삶의 목표가 됐다”고 고백한다.

끝도 실체도 없는 낡은 집이지만, 어느새 묵직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 곳에서 벗어나려 했던 작가의 노력은 쌓이고 쌓여 작가 자신의 삶이 됐다. 그리고 지금 막 미술관에 들어선, 그 누군가의 시선과 공유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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