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8> 자만동 벽화마을
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8> 자만동 벽화마을
  • 김상기 기자
  • 승인 2016.10.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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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는 유독 자기애가 강하다고 한다. 고집이 세다고도 하고, 사회성이 부족하다고도 한다. 연극이나 무용 같은 무대예술은 동료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좋든 싫든 맞춰가야 한다. 그런데 그림은 “남의 눈 의식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문화스캔들을 따라가며 기자는 그런 말이 절반만 사실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화가는 모르는 이와의 접촉에 주저함이 없었다. 관광객 사진을 찍어주거나, 한복 입은 고등학생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스케치북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았다. 자만동 벽화마을에서도 그랬다. ‘뭘, 어떻게 그려야 할지’ 고민할 때면 사람과의 접촉에서 출구를 찾곤 했다. 화가의 그림은 그 상황과의 상호작용이기도 했다.

 이동근의 문화스캔들 여덟 번 째 이야기는 자만동 벽화마을이다. 이곳은 전주 한옥마을 바로 옆이지만 발길이 닿지 않던 동네였다. 가파른 언덕배기에 위치한 달동네였고, 왕복 6차선 넓이의 기린대로가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다 2012년 녹색 둘레길 사업 일환으로 벽화가 그려지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곳은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의 4대조, 이안사가 나고 자란 곳이다. 신성한 지역을 의미하는 자만동금표(滋滿洞禁標)가 이를 증명한다. 화려한 벽화에 역사적 스토리가 더해져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가 됐다.

화가는 마을을 모두 돌아본 뒤 통행이 빈번한 골목 어귀에서 한 점, 마을 전체가 조망되는 카페에서 또 한 점의 그림을 그렸다. 조용한 카페에서는 벽화마을 인상이 주제였고, 시끌벅적 골목 어귀에선 이곳의 생동감을 담았다. 카페 그림은 화가의 독자적 시각이라면, 골목 어귀 그림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결과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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