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에 만든 대나무집
느티나무에 만든 대나무집
  • 박성욱
  • 승인 2016.10.27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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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 나르면서 싹트는 우정> 

아이들은 자신 만의 아지트를 갖고 싶어 한다. 특히 피터 팬, 타잔, 정글의 법칙 등을 책, 영화,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무에 집을 지어보고 싶은 꿈을 갖는다. 대나무로 집을 짓기로 했다. 학교 근처 대나무 밭에서 10M 정도 되는 대나무를 베어서 나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넓고 큰 느티나무 둘레를 감싸면서 집을 지으려면 제법 많은 양의 대나무가 필요했다. 대나무를 베고 나르는 일을 다른 도움 없이 순전히 아이들 힘으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말이 그렇지 더운 날 기다란 대나무 질질 끌고 가기가 쉽지가 않았다. 삐질 삐질 땀은 흐르고 목은 마르고 빈손으로 걸어올 때는 가까웠는데 대나무 들고 학교까지 거리는 멀기만 했다. 아이들은 서로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혼자 대나무를 옮기기보다 둘이서 두 세 개의 대나무를 앞뒤로 서서 양쪽 팔에 끼워서 나르기 시작했다. 다툴 때는 서로 다시는 쳐다볼 것 같지 않더니만 서로 딱 죽이 맞아서 열심히 나른다. 또 한 쪽에서는 아침에 엄마가 싸준 얼음물을 아기 새 입 벌리듯 입을 쩍 벌린 아이들에게 한 모금씩 따라준다. 여름철 목이 타오를 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시원한 물은 최고로 맛있다. 아이들은 땀과 협동, 나눔을 온 몸으로 배우고 있다.

<대나무 손질 어렵지 않나요?> 

대나무를 한 무더기 쌓아놓고 걱정거리가 생겼다. 대나무 손질하다보면 줄기를 자른 면이 날카로워 아이들 손이 베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어른들에게 여쭈어 보니 곁가지를 아래로 잡아당기면서 망치나 철주로 원 줄기와 곁가지 사이를 때리면 쉽게 손질된다고 했다. 직접 실험해 보니 곁가지 손질이 쉬웠다. 대나무를 운동장에 쫘악 깔고 2인1조로 대나무 곁가지 쳐내기를 했다. 한 명은 곁가지를 아래로 댕기고 다른 한 사람은 철주로 원 줄기와 곁가지 사이 때리기. 그러다가 종종 웃기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곁가지를 너무 세게 당긴 나머지 가지가 부러지면서 무게 중심이 완전히 뒤로 가면서 뒤로 댕구르르 굴러갔다. 공처럼. 웃음은 더 많은 즐거움을 선물로 준다. 아이들에게 대나무 손질은 놀이였다.

<드디어 느티나무에 대나무집을 만들다> 

아이들과 함께 인디언 텐트 모양으로 대나무 집을 만들기로 했다. 손질한 대나무를 느티나무 가지 사이에 끼워 넣으면서 원뿔 모양을 만들었다.

“워! 멋진데.”

“선생님 우리 여기에서 공부해요.”

인디언 텐트 모양의 대나무 집이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미리 잘라 놓은 통나무 의자 20개를 넣으니 작은 교실이 되었다. 그곳에서 써클을 만들어 서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집짓기 프로젝트 수업에 대한 것이었다. 도덕, 국어, 미술 등을 재구성해서 진행했다. 도덕 교과에서는 소중한 나, 친구에 대한 내용, 국어 교과에서는 시, 편지 쓰기를, 미술교과에서는 친구 얼굴, 내 얼굴 그리기 등을 엮었다.

그런데 어느 세계든 창조자와 파괴자가 등장한다. 대나무 집을 부러워하는 다른 학년 아이들이 아무도 모르게 대나무 집을 조금씩 부수는 것이었다. 수리 해 놓으면 다음 날 부서져 또 수리해면 또 부서져 있었다. 더 나아가 자기네 반도 집 짓자고 선생님들을 졸랐다. 그래서 우리 반은 고심 끝에 이 집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대나무 집에 꿈을 주렁주렁 매달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듬성듬성한 대나무 집 기둥 사이로 바람이 들어온다. 텐트 천막을 둘러막아 볼까 생각해 보았는데 그것보다는 아이들 모두의 힘으로 채우고 싶었다. 여러 가지 궁리 끝에 생태미술 전문가 선생님들께 조언을 얻어 멋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전교생이 자신이 꿈을 그린 그림을 코팅해서 타일처럼 엮어서 붙이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자기 몸 크기 그림을 그리고 그 안을 나뭇잎으로 채워서 작품을 완성했다. 그 작품은 출입문 입구에 설치했다. 알록달록 아이들 작품과 어우러진 대나무 집 단풍진 느티나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멋있었다. 땀을 흘린 곳 정성을 쏟은 곳 사랑을 담은 곳 느티나무 대나무 집을 아이들은 등교할 때 놀 때 하교 할 때 한 바퀴 씩 돌고 갔다.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아이들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박성욱 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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