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도와야 한다!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
  • 최정호
  • 승인 2016.10.2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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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늘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3개나 넣었다. 상·하악골에 인공치아의 뿌리가 될 쇠기둥을 심었으니 그 통증때문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이다. 요즈음 대한민국도 내 신세와 비슷하다. 이제 차분히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증세나 질환이 발생하면 의사는 그 원인을 찾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미흡하지만, 원인 진단에 꼭 필요한 애국심이 발휘된 용기라고 칭찬해 주고 싶다. 그녀는 평소대로 모르는 척하면서 냉담한 침묵이 주는 부족하지 않은 보상에 만족할 수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자백이 순실씨의 공백 때문인지, 대통령의 판단 착오 때문인지 불확실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대한민국의 난치병에 대한 치료를 시도할 기회를 준 셈이다. 이 사건은 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아니라 박근혜씨의 불법 통치위임 은폐사건이다. 순실씨가 누렸던 권력은 대리통치에 따르는 권위였으며, 대기업에서 거두어들여 사적으로 사용한 돈은 위임통치에 대한 대가이다. 대통령은 이제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동정의 대상이다. 결정 판단이 불가능한 사람이 어떻게 통치권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4년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이제 그 한계가 드러난 이상 그녀가 임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국정판단을 도와주어야 한다. 1년 정도 남은 임기동안 탄핵이라는 정변을 피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물론 대통령은 탄핵을 모면하는 대가로 중립내각과 비서관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좌우를 떠나서 이 나라는 같이 살아가야 할 유일한 국가이다.

이 사건의 제1 원인은 대통령의 판단능력 부족이다. 제2의 원인은 무엇인가? 불법 위임통치에 대한 집권세력의 총체적 공모이다. 대통령이라는 국정판단의 최종 결정권자가 4년 가까이 그 판단을 최순실에게 의존한 것은 국가의 치명적 결함인데 이를 숨겨온 청와대와 비서관들, 그리고 국무위원들은 반역죄를 저지른 셈이다. 그들이 몰랐다고 하는 주장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집권당도 금시초문인 듯 너스레를 떨겠지만 한 몸통이라고 늘 주장했듯이 위임통치사건의 공모자이다. 제3의 원인은 무엇인가? 야당의 무능과 언론의 부재이다. 야당과 언론은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방조죄의 혐의가 있다. 야당은 밥그릇 싸움에 대통령의 혼이 이상한 것도 모르고 언론은 짖지 않는 쓸모없는 개가 된 지 오래되어서 이제는 우리나라에 언론이 존재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JTBC와 한겨레 신문 만이 존재이유를 증명했다. 처절한 게릴라 언론과 언론인만이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 야당은 갑자기 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졌고, 기타 언론이 아닌 방송, 신문업자들은 두 언론의 전리품에 숟가락만 들고 달려드는 형국이다. 모든 일은 인과의 사슬에 연결되어 있다. 최종 책임은 모든 국민에게 있다. 실제로는 왕정인지 신정국가인지 애매하지만 형식적으로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다. 선거 과정과 결과가 의심스럽다 하더라도 선출된 직위는 판결이나 탄핵에 의하지 않고는 유지된다. 우리가 선택한 대통령이다. 선거에 의하지 않고 집권세력을 교체하려는 것은 혁명에 해당한다.“군대 없는 혁명가는 처형을 당한다.”라고 마키아벨리가 말했다. 대통령을 도와서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통치위임을 몰래 해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대통령의 연착륙을 바라는 이유는 그녀의 고귀함 때문이 아니라 혁명의 폭력성 때문이다. 정치적 금치산자의 특정 후견인 순실씨 대신에 공적 후견을 개시해야 한다. 심신상실의 상태인 대통령은 또 다른 라스푸친의 주문에 빠질지 모른다. 나는 혁명을 위하여 군대를 길러야 하는 사태가 오지 않길 간절히 기원한다. 자신의 판단인지, 순실씨의 조언 혹은 명령인지 몰라도 개헌제안과 실행을 집권자가 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신체제를 세우고자 하는 개혁 세력의 몫이다. 왜냐하면, 입법자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헤겔이 말했듯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 공포정치를 통해 유신헌법을 만든 아버지의 폭력까지 세습하고 싶은가?

최정호 최정호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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