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최순실 게이트
  • 이정덕
  • 승인 2016.10.25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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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순실씨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그 말을 들었을 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 있겠느냐”며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하는지 개탄스럽다. 입에 올리기도 싫다”고 말했다. 또한 “연설을 기록하는 비서관이 초안을 잡고, 관계되는 수석실에서 다듬어서 올린다”며 “광복절 행사라든지 큰 행사는 수석실에서 나눠 의견을 모으고 그다음에 독해를 거쳐 올린다. 여기에 어떻게 개인이 끌어들 수 있는지 성립 자체가 안되는 얘기”라고 했다. 더구나 이원종 비서실장은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아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나 절친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절차상으로나 실질적으로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에 개입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며칠만에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실제 발언 전에 받아 고친 흔적이 다량으로 나타났다. 24일 JTBC는 최순실씨가 버린 컴퓨터를 확보하여 44개의 파일에서 대통령의 연설문 등이 사전에 최순실씨에게 전달되었고 최순실씨가 이를 고쳤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하였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며칠이면 뻔히 드러날 일을 거짓으로 대답한 셈이 되었다. 이원종 비서실장이 알고도 거짓말을 했거나 또는 모른 상태로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또는 일부는 알고도 일부는 정말 몰라서 잘못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은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속속들이 알고 통제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을 보여준다. 즉, 청와대가 민간인인 대통령 측근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고 있고 이를 공적인 자리에 있는 비서실장 등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청와대에서 공적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대통령과 관련된 최고의 공적기관에서 공적 체계를 문란하게 하는 일이 나타났음에도 청와대의 홍보수석으로 일했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제가 대정부질문 하나만 하더라도 아주 다양하게 언론인들의 이야기도 듣고, 문학인들 이야기도 듣고, 완전 일반인들, 상인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또 친구 이야기도 듣고 한다”며 “우리같이 많은 연설을 하고 글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들이 자기하고 맞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여서, 공사를 구분하는 의식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청와대에서 일했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으로서 민간인을 계속 활용하려면 공식적인 과정을 거쳐서 또는 그러한 사람을 공식적인 자리에 앉혀서 공인으로서 책임을 지면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영향을 미치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비선은 공적 체계를 무너뜨리는 독이기 때문이다.

결국 박근혜대통령은 25일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이나 홍보에 사전에 개입하여 수정하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문제는 청와대라는 가장 공적이어야 할 기관이 사적 관계에 의해 너무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제 청와대의 공적 체계가 왜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누구든 그 책임소재에 따라 책임을 묻고 공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고쳐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최순실 게이트는 나라 전체를 더 큰 혼란에 빠트릴 것이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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