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간담회는 전북 정치의 ‘굴욕’
삼성 사장단 간담회는 전북 정치의 ‘굴욕’
  • 전형남 기자
  • 승인 2016.10.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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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 백지화, 대안도 없다” 말해도 전북 국회의원들 말 한마디 못해
▲ 국민의당 전북도당 제공.

 삼성의 새만금 20조 투자 MOU 미이행 문제해결을 위한 전북 국회의원과 삼성 이인용, 박상진 사장 간담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북 정치권이 안고 있는 한계와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도민을 상대로 보여주기 정치를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날 전북 일부 의원들이 보여준 저자세는 전북 정치권 ‘굴욕의 날’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는 시작부터 더민주 이춘석 의원을 제외하고 참석 의원 대부분 애조 띈 목소리로 삼성의 전북 투자를 부탁했다.

 지난 국정감사 당시 MOU 체결 경위를 따져 묻겠다며 삼성 이재용 사장 등 주요 인사를 국감 증인으로 요구하고 삼성 사장들과 간담회 전 까지만 해도 MOU 진위를 파악하고 삼성의 전북 투자를 이끌겠다는 의원들의 기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박상진 사장이 MOU 체결을 백지화하고 대안도 없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어도 전북 도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날 간담회를 취재한 기자와 참관인들이 분개했다.

 전북의원들의 삼성에 대한 굴욕적인 저자세는 간담회가 공개에서 비공개로 전환되면서 도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MOU 미이행 책임과 전북에 대한 투자를 촉구하는 자리였는데도 일부 의원은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개보수 지원과 전북 발전기금 출연, 그리고 자질구레한 부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공개회의에서 삼성은 시종일관 전북도와 정치권 협의체 구성에도 부정적 견해를 밝히는 등 MOU 미이행 대한 미안함도 도덕적 책임감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참석자의 전언이다.

 결국, 더민주 이춘석 의원은 전북 의원들의 삼성을 향한 읍소에 간담회 도중 “삼성은 약속은 지켜라.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삼성은 전북도와 국회의원 간 전면전 이다.”라는 말을 던지고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모 인사는 지난 88년 5공 청문회 당시 현대 정주영 증인을 상대로 일부 의원이 ‘회장님, 회장님’의 호칭을 하던 저자세 행태를 삼성과 전북 의원들과 간담회에 비춰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삼성과 전북의원 간담회는 전북 정치권의 보여주기 식 ‘쇼 정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국민의당이 마련한 간담회에 앞서 전북 의원들 간 의견 조율은 물론이고 삼성의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더민주 안호영 의원이 간담회 이후 “왜 자리를 마련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으며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도 간담회 불필요성을 언급하며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가 향후 전북 현안을 두고 여야 3당 공조체제가 무너지는 단초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정치권 인사는 정치적 관례를 들어 “200만 도민이 주목하고 전북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간담회에서 최소한 투자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라며 “삼성 사장단을 불러냈다는 정치적 평가만을 의식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사장단이 50여 명이 넘고 이날 참석한 이인용, 박상진 사장은 이재용 사장 등 실질적인 오너도 아니고 MOU관련 핵심 인사도 아니다.

 도민 중 한 사람은 “전북 정치권 차원의 간담회라는 정치적 무게감을 생각하면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면 만나지 않는 것이 정치 순리”라며 “결국, 생색내기 정치 쇼를 한 것 같다.”라고 분개했다.

서울=전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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