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파라그 소나르가레(Parag Sonarghare)의 ‘무제’
인도의 파라그 소나르가레(Parag Sonarghare)의 ‘무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6.10.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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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변방의 외침] <7>

 어떤 사람들은 잘 그려진 그림을 보면 ‘사진 같다’고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잘 찍어진 사진을 보면서‘그림 같다’고 말한다. 특별 기획전 ‘아시아 청년 36’이 열리고 있는 전북도립미술관의 3전시실에 들어서면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이 세밀하게 그려진 작품이 시선을 압도한다.

바로, 1987년 인도 출생의 청년작가 파라그 소나르가레(Parag Sonarghare)가 선보이고 있는 남성의 몸을 그린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몸을 그야말로 사진처럼 찍어다 놓은 듯 하다.

벌거벗은 마른 몸을 가진 사내의 피부는 푸석푸석하고 선명한 멍자국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사내의 몸에는 기름기가 흐르고, 땀투성이다. 이러한 흔적들은 생명과 몸이 보여주는 모든 면면에 대한 일종의 찬양으로, 작가는 이러한 찬양을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파라그 소나르가레 작가는 “나는 사람의 몸을 단 하나의 통합체로 생각하지 않고 경험, 몸,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그림이 모여진 ‘겹쳐진 흔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거기에는 경험, 느낌, 순간, 시간, 조건들이 있으며 그 속에서 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이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몸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 사람의 면면을 드러낸다는 것. 몸은 한 사람이 거쳐 온 여정의 증거로, 즉 심령(psyche)이란다. 몸은 사람의 형이상학적 영역을 보여주고, 그의 느낌이 된다. 몸에 존재하는 것은 삶의 여정에서 겹쳐진 그 흔적(layers)들이 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 흔적들에 대해 꼭 무슨 이야기라도 전하고 싶은 것일까. 캔버스 속 벌거벗은 인물들이 관람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있다. 이내 다물고 있는 저 입을 열 것만 같다.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무슨 소용이 있을까. 벗으면 같은 사람일 뿐. 인도의 청년 작가는 빈 캔버스에 여러 가지 색상과 색조로 미스터리를 남겨 놓았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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