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세상 속에 사는 우리들
감시세상 속에 사는 우리들
  • 박승환
  • 승인 2016.10.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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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는 소통하는 자들의 것이 될 것이다”

벌써 몇십 년 전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이 예언한 내용이다. 당시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예언 했듯이 모든 스크린을 통한 미디어 영상매체는 이 모든 세상을 감시할 것이다. 듣기만 해도 섬뜩했다. 백남준 선생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지금의 세상을 예언했다. 과연 그의 말이 옳았을까? 아니면 조지오엘의 소설대로 그려졌을까? 바보 같은 질문이다. 이미 그 결과에 대한 답변은 마무리되었고 현대사회는 소통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활용한 경쟁 체제로 치닫고 있을 뿐이다. 지난번에도 거론했듯이 오히려 소통이 지나쳐 감시받는 세상이 두려울 뿐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1년 전과 바로 1년 후도 내다보기 힘든 세상이다.

미디어 외에도 상황에 대한 소통도 중요하다. 요즘 계속해서 국내에서도 재난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도 있지만, 인간이 편 하려고 만들어 놓은 대량적 편의장치도 다양하게 보태진다. 전기, 가스, 댐 건설 및 교통수단이 그러하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잘 만들어놓은 장치도 환경 변화와 그것은 운용하는 시스템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다. 버스 화재사건, 전동차 탈선, 선박 침몰 등은 대량적 실용성을 추구할수록 그 재난에 대한 결과는 참혹할 수밖에 없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그 강도는 더욱더 심해진다. 사회가 불안하면 재난에 대한 영화도 많아지고 사람들은 그 매체에 자연스럽게 빠져들면서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뉴스 프로그램 및 공익광고 등으로 대중을 가르치려 드는 행위보다는 개인 미디어 등을 통해 서로 개인적으로 소통하며 스스로 터득하고 준비한다. 사진과 영화 등 예술분야도 마찬가지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재난, 환경, 전쟁, 난민 및 소외 계층 등에 대해 작품을 제작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소통한다. 소통 함으로써 스스로 대비 할수 있는 준비와 지식을 지나 상황에 적응하는 지혜도 갖출 수 있다. 그래도 결국은 계속적인 사전의 워밍-업을 통해 재난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요 몇 년간은 특히 작년과 올해를 지나며 “나와 내 가족은 내 스스로 지킨다” 는 것이 가장 큰 트랜드로 부상하였다. 개인용품 구입이다. 마스크와 손 세척제, 재난시 개인용품 등 병원과 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스스로 지키는 법을 개개인이 터득하고는 있지만, 사실 현재로서는 기관 등에 기대기보단 나와 가족, 그리고 소속된 단체 등에서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듯하다. 수일 전 다음날 강의를 위해 밤 버스를 탔지만, 출발 전 기사분의 공지 내용은 버스 안에서 “신발을 벗지 마라”는 단 한마디였다. 바로 전날, 버스 화재 사고로 십 수명이 버스 안에 갇혀서 인명 피해가 났다는 뉴스를 경쟁적으로 퍼붓는 중이었다. 결국은 일방적 정보 전달의 뉴스 형태보다는 스스로 기사 내용을 찾아 관심을 갖는 SNS 등의 개인 소통수단이 더 커다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얼마 전 영국의 한 도시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는 후배 이야기가 생각난다. 귀국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데 얼마 전 화재경보기가 울린 후 급히 식구들과 밖으로 뛰어나갔더니 자기들 외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고, 경보기 소리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십여년전 유학 생활에선 경보기가 울리면 실제든 연습이든 무조건 밖으로 뛰어나가야 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의 재난에 대한 훈련으로 몸과 마음 깊숙이 각인되어 있는 모양새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서 정류장에서 집에 도착까지 과연 몇 개의 카메라가 있는가. 세어 본 적이 있다. 저 카메라들이 나를 감시하는가? 아니면 안전을 책임지는가? 어쨌든 이젠 거부할 수 없는 우리 실생활의 모습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오늘 글을 쓰면서 연구실 천장의 화재 감지기에 붙어 있는 감지불능용 종이막음을 떼어내었다. 부끄럽지만, 역시 필자도 여기까지 밖에 안됐었나 보다. 올겨울, 난방에 예민한 저 감지기를 어떻게 하나?

박승환<전주대 시각디자인과(사진학) 교수/전주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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