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교회 우리 어머니 전시회
하나님의 교회 우리 어머니 전시회
  • 안 도
  • 승인 2016.10.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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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톨릭 신자다. 그런데 전주시청 김경애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문인협회 회장인 내가 꼭 가볼 데가 있다면서 내 손을 잡아끌었다. 나는 마지못해서 따라 곳은 동부대로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이었다. 가톨릭 신자인 나를 기독교 행사로 끌고 온 것에 기분이 나빴는데 전시장을 들어선 순간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종교 냄새가 전혀 없는 순수한 우리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의 글과 사진전의 작품 하나하나는 우리들에게 어머니의 추억이 서린 꽃잎이었다. 참으로 감동적인 전시였다. 그동안 바쁜 일상 중에 잊고 살았던 어머니의 추억과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기회였고 교육의 장이었다.

전시회도 여느 시화전이나 미술전시회와는 확연히 달랐다. 첫 전시장부터 <엄마>의 존은 유년시절 어머니를 추억하는 공간이었고 <그녀>의 존은 여자로서의 삶을 내려두고 어머니로 살아야 했던 희생을 그리는 공간이었으며 <다시 엄마>의 존은 자녀들의 어머니에 대한 회한과 감사의 공간이었으며 <그래도 괜찮다>의 존은 어머니의 자녀들에 대한 무한한 용서와 신뢰 그리고 끝없는 사랑을 담은 공간이었으며 <성경 속의 어머니>의 존은 성경 속의 이야기로 꾸민 아주 탄탄한 구성이었다. 나는 전시회장을 돌면서 갑자기 심순덕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점심을 때워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빨래를 방망이질 해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손톱을 깎을 수 조차 없이 닳고 문질러져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발 뒤꿈치 다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끄덕 없는 어머니…/돌아가신 외할머니 보고 싶다./외할머니 보고 싶다.//그것이 넋두리인 줄만 알았습니다/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아. 어머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부대 행사로 <영상문학관>에서는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주제로 한 2편의 동화 같은 영상이 상영되었고 <사랑의 우편함> 코너에서는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라는 제목으로 평소 쑥스럽고 어색해서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엽서에 담아 보내주고 있었다. 필자도 어머니에게 엽서 한 장 보내고 싶었지만 주소가 하늘나라여서 가슴에만 담고 돌아섰다. 포토존에서는 관람객들에게 무료 촬영과 인화까지 서비스하고 있었다. 그리고 북 카페의 테이블 위에는 문학책들이 은은한 차 향기와 함께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시회 관람이 끝나고 박규서 목사, 김종육 대외협력국장, 신문영 간사와도 담소했는데 하나님의 교회는 <영국 여왕상>을 수상한 교회라는 자부심과 함께 앞으로도 사회 환원 차원에서 꾸준히 문화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듣고 가슴이 뿌듯했다.

교회는 지역사회 안에 지역사회를 위하여 존재한다. 교회가 지역사회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현상적인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면,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은 실천의 윤리적 당위성을 뜻하는 것이다. 교회는 지역사회와 동떨어진, 사회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부단히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다. 즉 교회는 마땅히 수행해야 할 사회적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교회는 단순히 전도하여 복음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사회로 나아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 받은 인간들을 비인간화하는 모든 구조적인 사회적 악과 불의, 부조리와 모순의 현실을 바로잡는 인간화의 작업에도 앞장서야 한다. 따라서 선교는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도 변화시켜야 한다. 며칠 전 바울교회 바울센터에서 <문인의 날> 행사를 치르면서 교회가 문화와 병행하는 것을 보고 찬사를 보냈다. 앞으로도 모든 교회가 이런 교회들처럼 사회문화 선도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안도<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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