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어떻게 해야 하나
양심적 병역거부 어떻게 해야 하나
  • 유길종
  • 승인 2016.10.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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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광주지방법원 형사항소부는 병역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지금까지는 제1심 단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몇 차례 있었으나,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의무가 부과된 국민이 종교적 신념 등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러시아, 스위스 등 50개 이상의 국가에서는 신념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여 병역의무를 면제하거나 대체복무제를 채택하고 있고,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 북한, 터키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고 한다.

유엔인권위원회는 1998년과 2000년 두 차례 결의안을 통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권의 하나로 인정했고, 그동안 인권협약 가입국에 대체복무입법을 촉구해 왔다.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 12월 26일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2008년 1월 3일 헌법재판소에, 2008년 7월 21일 국방부장관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중단할 것과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 바도 있다.

사법부에서는 2004년경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1심에서 최초로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상급심에서는 모두 유죄로 바뀌었다. 헌법재판소도 2004년경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내렸다. 그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여러 번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2011년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한편 참여정부는 사회 전반의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2007년 9월 종교적 사유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 2009년부터 대체복무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하였으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소되었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1만 8,8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매년 600명 이상이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무조건 병역의무를 면제하자는 주장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만 찬반의견이 갈리고 있다.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그 이유로 우리나라의 분단상황이나 악용 가능성, 형평성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반대의견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우리 군의 전체 병력수에 비추어 한해 약 600명 정도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현역병에서 제외하더라도 우리 군의 전투력이 감소한다고 볼 수 없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급증할 것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지만, 이것은 엄격한 사전심사와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 복무기간에 비하여 길게 하고, 대체복무의 강도를 더 높임으로써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군 복무의 고역을 피하고자 양심이나 종교적 신념을 빙자하여 병역을 거부하고 교도소행을 택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모두 순수한 젊은이들이었고, 종교적으로도 신실해 보였다. 그들이 신봉하는 교단의 교리가 원망스럽고 안타까웠다. 이들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판사나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는 판사나 모두 안타깝고 곤혹스러웠을 것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기본적 인권의 문제이다. 국회는 수준 낮은 정쟁은 제발 그만두고 해묵은 대체복무제를 조속히 입법화해야 할 것이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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