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 조사 ‘유감’
예비타당성 조사 ‘유감’
  • 강현직
  • 승인 2016.10.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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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국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선정한 탄소섬유 산업의 ‘전주 국가산업단지’가 예비타당성 평가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예비타당성 평가에 대한 관심과 개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사업 주무부처가 자체적으로 시행해왔던 조사가 부실해 재정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객관적인 기준으로 공정하게 조사해 정부재정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 도입된 제도로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고 국고 300억원 이상 지원되는 신규 사업은 반듯이 거쳐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경제성 분석, 정책성 분석, 지역균형발전 분석으로 구분하며 이를 종합해 결론을 내리고 있다. 경제성 분석은 신규 사업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분석으로 소요 비용 대비 현재 가치 비율을 계산하며, 정책성 분석은 정성적인 요인으로 사업 추진 의지와 재원조달 가능성 등을, 지역균형발전 분석은 지역낙후도 지수와 지역경제 파급효과, 환경요인 등을 검토한다.

분석값이 0.5를 넘으면 사업 추진 타당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는데 전문가들은 편익 평가에 이의를 제기한다. 예비타당성조사 지침에는 지역별, 유형별 다양한 사업의 편익을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으나 사회적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편익항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효율성과 환경성 항목이 계량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것에 집중되어 있는데 선진국인 영국과 독일, 일본 등은 효율성과 환경성에 형평성 즉 거시경제 효과와 도시기능 재생, 지역 단절, 접근성 등 비계량적 항목을 반영하고 있다.

조사 책임자의 주관적인 판단도 불신을 초래하는 한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1999년 1.38점을 얻은 서해안 철도사업의 경제성 분석이 1년 만인 2000년 재평가에서 1.05로 13% 넘게 하락했으며 인덕원~수원 전철은 2007년 0.31점에서 4년만인 2011년 조사에선 0.95점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물론 상황 변화가 있었겠지만 서너해 사이에 분석값이 크게 변한다는 것은 평가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작용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나아가 분석의 목표는 최적의 대안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나 현재의 체제는 ‘된다’ ‘안된다’ 이분법적인 판단밖에 없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사업 평가가 아니라 획일적인 결론만을 도출하는 융통성이 전혀 없는 막힌 평가로 기준을 넘지 못한 지역 주민들에겐 실망만 안겨준다.

특히 이번 ‘탄소섬유산단’과 함께 발표된 영남권 다른 지방자치단체 2곳 모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대조를 보인다. 인사와 예산 등에서 지역 불균형과 차별이 있다고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차별이 아닌지, 이번 발표 역시 선뜻 납득하기 어렵고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전라북도는 현재 안전보호 융복합제품산업 육성, 메가탄소밸리, 소리창조클러스터, 새만금 수목원 조성 등 5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또 새만금사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국제공항도 올해 안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정과제라 하더라도 사업 준비와 내용이 부실하면 종종 탈락의 아픔을 겪어왔다. 정확한 비용 산정과 단계별 개발 방식의 사업 기획, 사업 목적과 내용을 구체화하고 활용방안을 보다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또 지자체의 적극적이고 강한 추진 의지, 무엇보다도 정부의 객관성 있고 공정한, 정치 논리에 함몰되지 않는 평가가 절실하다. 우리 고장 사업들이 저평가됨 없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모두 무난하게 통과되길 기대한다.

강현직<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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