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츨라(Wezlar)의 추억
베츨라(Wezlar)의 추억
  • 심형수
  • 승인 2016.10.1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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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쪽 약 120Km 지점에 인구 5만명 규모의 베츨라(Wetzlar)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규모에 비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데 그 이유는 괴테의 널리 알려진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배경이 된 곳이기 때문이다. 구시가지에는 괴테를 기념하는 거리와 롯테 거리, 그리고 아름다운 구형 목조건물 등이 남아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약 10여 년 전 독일에서 근무하고 있던 시절에 한국에서 찾아온 유명한 정치인과 함께 베츨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 관광객들은 그곳에서 작가인 괴테가 살았던 곳이나 소설의 모델이 된 샤롯테의 집과 청년 예루살렘의 자살 장소 등을 둘러본다. 우리 일행도 그곳에 들러 통상적인 관광코스를 둘러보던 중 구도심의 중앙에 우뚝 솟아있는 대성당에 들렀을 때였다. 출입구 안내판에 천주교의 미사시간과 개신교의 예배시간이 함께 적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또한 대성당 안쪽 가운데 놓여있는 탁자에는 개신교와 천주교의 주보와 책자 등이 나뉘어 놓여져 있었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있었던 기독교 국가인 독일은 오늘날 신교도와 구교도의 비율이 엇비슷하다. 그래서 과거 봉건 영주가 지배했던 소국분립주의의 역사를 지닌 독일에서는 교회건물이 하나뿐인 작은 마을에서는 개신교와 천주교가 예배시간과 미사시간을 따로 정하여 한 건물을 활용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베츨라처럼 여러 개의 교회 건물이 있는 도시에서 더구나 도시를 대표하는 대성당을 함께 활용하고 있는 모습은 다소 의외였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 온 정치인이 보기에는 이러한 모습이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독일의 종교 상황에 대한 많은 질문과 함께 독일처럼 신교와 구교가 화합하여 함께 지내는 모습을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보일 수 있는 묘안이 없을까 하며 여러 번 탄식하는 것이었다. 역시 큰 정치인은 기본적인 관점이나 사고의 방향부터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잘 알려졌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천주교인과 개신교인 간에도 하느님과 하나님이라는 호칭에서부터 시작하여 서로 교리가 엄청나게 다르고 지향하는 목적이 천양지차인 것처럼 다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지리도 못난 후진적인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교회 건물을 함께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정치는 더 말해 무엇하랴. 국민의 행복과 복지를 위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시행방안에 대한 생각이 어찌 그리 다른지 여당과 야당이 서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기가 찰 노릇이다.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국민을 위한 협치를 부르짖으면서도 막상 저지르는 행태를 보면 국민들은 안중에 없다. 아니 국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개·돼지로 치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지방의 정치 상황은 또 어떠한가? 우리 전라북도에서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같은 당이던 국민의 당과 더민주당이 어느 틈에 중앙정치 무대의 여야처럼 갈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우리 도는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업의 비중이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정권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던 탓으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농업 및 농산품 가공의 중요성, 꿈의 신소재인 탄소 산업의 성장기반 구축, 청정자연환경과 천혜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관광업 및 서해안 시대에 새만금 지역의 발전가능성 등 전북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모처럼의 기회를 맞아 낙후된 전라북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북의 정치인들이 소속당파의 이해를 벗어나 전북의 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함께 힘을 모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10월의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한동안 내가 살았던 선진국 독일의 청정 자연환경에 대한 회상에 겹쳐 우리 전라북도의 밝은 미래를 기원해 보는 마음 간절하다.

 심형수<전라북도 서울장학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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