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향나무가 서 있는 가을의 뜨락
푸른 향나무가 서 있는 가을의 뜨락
  • 김동수
  • 승인 2016.10.13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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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14. 이희정(李熙瀞:1934-)

  전남 구례군 광의면 출신으로 한양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북 남원의 수지중학교를 출발로 42년간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1999년 교장으로 정년퇴임하였다. <온글문예창작반>에서 시창작 수업을 닦은 후 2003년 시인으로 등단 후 시집 『여름 밤』. 『강물은 흘러』 등을 발표하면서 제3회 전북예술문학상, 온글문학상 등을 수상, 양성지향의 인생관으로 세상을 폭넓게 수용한 낭만적 휴머니스트다.


반딧불이
여름밤을 유혹해도
밤은 변함이 없다.

개구리 울음이
온 마을을 덮어도
싸리문 옆 살구나무 그림자
달 가는 것만큼 움직인다.

벼 포기 살찌며 풍기는
흙냄새
우주를 포옹하는
어머니의 향기인가

밤이 있어 별이 빛나고
고향이 있어
그 속에 아직 내가 있다.

-「여름 밤」 전문 , 2003


‘반딧불’, ‘개구리 울음’, ‘벼포기가 익어가는 여름 밤의 흙내음’ 등, 끊임없이 변해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그것은 끝내 잊혀지지 않는 고향의 냄새요 어머니의 향기로서 ‘그 속에 내가 있다’고 한다. 고향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존재의 근원 그리고 남은 생에 대한 갖가지 상념들이 우주적 통찰 속에 다감하게 다가온 지난 날 고향 여름밤의 풍경이다.


비 개인 하늘이
보리밭에 내려와 있다.

푸른 물방울
신록에 스며들고

 산도 물들어
날마다 솟아오른다.

나무는
밑에서 산을 받히고

잎들은
햇볕 향해 도리질한다.

-「5월」 전문


비 개인 5월, 파란 하늘과 푸른 초록의 보리밭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위에서는 하늘이 보리밭으로 내려오고 밑에서는 산(나무)들이 날마다 솟구쳐 하늘로 오르는 천지상응의 역동성, 음양합일의 진경이 아닐 수 없다. 산도 나무잎도 하늘 향해 도리질하고 하늘도 그에 응답하듯 그들과 하나가 되어 푸른 5월의 싱그러움이 눈부신 생명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나무는
하늘을 찌르며 속을 비우고
소리를 담는다

바람에 몸이 크게 꺾이면
굵은 소리

가늘게 흔들리면
가냘픈 소리가
대나무 마디에 영근다

미풍과 폭풍에 다져진 소리

대나무는 바람과 몸을 썩으며
소리도 쟁이고 있다.

? 「득음」, 전문 2012

‘내 안에 시를 품고 살았다는 사실을 인생의 후반기에사 알게 되었다. - 시집을 내면서 무척 행복한 사람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고 2시집 「강물은 흘러」 서문에서 이 시인은 말한다. (김동수: 시인,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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