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3당 시대…선의의 경쟁, 정쟁의 심화
전북 3당 시대…선의의 경쟁, 정쟁의 심화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10.1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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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6개월, 전북정치가 변한다 <상> 국민의당, 더민주, 새누리당

 전북의 정치권력을 벼락같이 바꿔놓은 20대 총선이 끝난 지 13일로 정확히 6개월이다. 노도(怒濤)처럼 한꺼번에 밀려온 전북의 민심은 일당 독주 기존의 정치 지형을 일순에 허물었고, 그 빈자리에 3당 시대의 싹을 틔웠다.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을 꿰뚫어 전북 선거구(10석)의 7할을 석권한 국민의당은 지난 6개월 동안 지역현안을 껴안고 국가 예산을 확보하는 등 새로운 영토를 다지기 위해 바쁜 걸음을 옮겼다. 안방에서 “설마~” 하며 방심하다 최악의 참패를 기록한 더민주는 초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조직 재정비 등 옛 영토 탈환을 꿈꾸고 있다. 30여 년 만에 전주 1석을 건진 새누리당은 “으라차차!” 구호를 외치며 분기탱천, 세 규합에 나섰다.

 3당의 6개월은, 이렇게 환희와 고통이 엇갈린 가운데 경쟁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각자도생의 세월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당 간 민심확보 경쟁이 심화했고, 서로 전북현안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새로운 진풍경도 연출됐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3당의 초행길을 놓고 각계에선 ‘선의의 경쟁’이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 ‘정쟁의 심화’라는 부작용은 향후 풀어가야 할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 경쟁구도 환영할 일: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전주시민 K씨(47)는 “요즘 정치 뉴스를 읽을 만하다”고 말한다. 20대 총선이 끝난 직후, 국민의당과 더민주, 새누리당이 저마다 전북도와 정책협의회를 갖고 현안을 풀어갈 묘수를 고민하면서 전북정치에 관심이 생겼단다. K씨와 같이 정치를 보며 “역시, 경쟁은 좋은 것이야!”라고 말하는 유권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윤곽을 그려가던 지난 7~8월, 3당의 지도부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전북을 찾아 다양한 공약을 내걸고 현안을 챙기겠다고 확약했다. 당대표와 예결위원 등이 총출동해 내년도 국가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고, 아예 TF팀까지 만들어 전북을 관리하겠다는 약속이 나왔다.

 한쪽이 치고 나가면 다른 쪽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한 발 더 앞서가려는 긍정적 대결구도에 지역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지난 총선 이후 전북 정치권의 중대 화두로 ‘협력’과 ‘협치’가 등장한 것도 지역민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덕분에 전북도 등 행정기관은 정책 간담회 자료를 3당에 맞춰 세 개를 만들어 협조를 구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국민의당 전북도당 정진숙 사무처장은 “서로 경쟁하다 보니 ‘창조적 긴장’을 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결국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당도 전북 1당에 안주하지 않고 지역발전에 매진하고 도민을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 이면의 부작용도 많다: 과하게 경쟁하다 보니 부작용도 나온다. 한때 정책 간담회를 먼저 하겠다며 서로 주도권 다툼을 하는 바람에 해당 자치단체가 곤욕을 치렀던 사례는 웃고 넘길 수 있다. 정당 간 기 싸움의 불똥이 행정에 튀거나 협치를 강조하며 사후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은 고민해 볼 대목이란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8월 말에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중 전북 현안 관련 성적표는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당시 전북 관련 정부예산안 반영액은 5조8천577억원으로, 같은 기준의 올해 예산안(5조7천185억원)보다 정확히 1천392억원, 2.4% 늘어났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 지도부가 잇따라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폭적 지원 입장을 확고히 밝혔고, 그 결과가 1천400억원 정도의 증액으로 이어졌다는 산술적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3당 협치의 첫 작품으로는 좋은 성적”이라고 자평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광주광역시의 증가율은 5.9%를 기록했고, 전남 역시 3.2%나 증액하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나 전북의 상대적 열세가 세간에 회자했다.

 전북도의회에선 더민주와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이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의당이 일정 의석을 요구하자 더민주가 “무슨 소리냐? 단 한 석도 줄 수 없다”고 강행해 원 구성을 독식, 심각한 갈등을 낳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당의 갈등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갈등과 마찰도 3당 체제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꼭 부작용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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