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정말로 지청구인가?
쌀! 정말로 지청구인가?
  • 황의영
  • 승인 2016.10.12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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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개천절에 고향에 다녀왔다. 비 갠 다음이어서 쾌청하다. 하늘이 드높고 푸르다. 길가엔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들녘은 온통 황금물결이 일렁인다. 풍요롭다. 올핸 벼의 생육조건이 양호하여 잘 자라고 낱알도 충실하다. 출수(出穗) 후 날씨도 좋아 잘 여물었다. 풍년이다. 옛날 같았으면 이렇게 대풍이 들면 격앙가가 울려 퍼지고 태평성대가 열린다. 그러나 지금 고향마을은 침울하다. 농민들은 쌀값이 떨어져 누런 들녘을 봐도 신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가을을 언제까지 맞이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한다. 농촌사회가 이런 상태로나마 언제까지 지탱될 수 있을까? 불안하다고 한다.

지난 9월15일 기준 산지 쌀값이 80kg 한 가마에 13만5,544원으로 한 달 전보다 6,140원(4.3%)떨어졌고 수도권의 대형매장에는 20kg 한 포대에 2만9,980원짜리 쌀마저 등장했다. 이렇게 쌀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쌀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9월말 현재 쌀 재고가 175만톤인데 금년도 쌀 수확량이 430만톤 이상 될 것이란 전망이다. 쌀 재배면적이 2만600여ha가 줄었는데도 수확량은 전년과 비슷하다. 더욱이 우리는 과거 20년 동안 쌀시장 개방을 유예받으며 의무적으로 수입해 와야 할 MMA물량(최소시장접근물량) 40.4만톤이 있다. 쌀이 남아도는 또 하나의 이유는 소비가 계속 줄고 있는 것이다. 2015년 기준 1인당 쌀 소비량은 62.9kg이다. 쌀 소비가 매년 3%씩 준다고 한다. 농산물은 가격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이 크다. 시장에 공급이 늘고 소비는 주니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지금과 같은 공급초과 시장에서 쌀값이 떨어지는 것은 경제학에서 볼 때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국가는 쌀 대책이라는 것으로 인위적으로 시장을 왜곡하려고 하니 뾰족한 답이 없다. 농민들 눈치 보랴 식량안보라는 대의명분에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매년 쌀 대책을 미봉책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해결이 안 되고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흉년이나 곡물부족사태가 두려워 생산에 대한 적극적인 조정대책은 손을 못 대고 소비확대방안 위주의 대책을 내놓았는데 성과가 미미하다. 식량안보는 국가경영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전쟁을 겪으며 배고픈 설움을 경험했기에 식량의 소중함을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농사를 짓는데 자연조건에 의해 풍흉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쌀 목표생산량을 정하는 데는 더욱 신중하고 많은 사람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공급과 소비가 두루 포함된 장기적인 식량대책을 수립하여 가을만 되면 쌀값 때문에 걱정해야 하는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줘야 한다. 향후 식량대책을 수립할 때는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농림부,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등 농업과 농촌 농민과 관계되는 모든 부처가 참여하여 국민들이 배곯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식량을 확보하고 농민들은 적정한 소득을 얻도록 해줘야 한다. 생산량도 과감하게 조절해야 한다. 논에다 우리가 수입(輸入)을 많이 해오는 콩이나 옥수수 같은 대체작물을 심도록 하자. 거기에는 적절한 재정적(財政的)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쌀이 남아돈다고 식량안보에 대한 적절한 대책 없이 절재농지를 줄이겠다고 하는 등의 단견을 가지고 식량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결코 안 된다. 훼손된 농지는 되돌리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외국에서 식량을 수입해 올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먹고사는데 필요한 농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휴경제도나 대체작물 재배 등의 방법으로 쌀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인데 그것이 어찌 쉬울 수만 있겠는가? 또한 통일 후에 적정 식량 확보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쌀 문제만은 정부가 주체가 되어 대책을 수립하고 확고하게 유지해나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잘 먹이지 못하는 군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치자(治者)의 제일 덕목은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식량문제를 미루지 말자. 20년이나 미적거리다가 매년 40.4만톤의 쌀을 수입해야 하는 부담을 후손들에게 지웠다. 이는 후손들에게 죄를 지은 것이나 진배없다.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조가 되자. 국가 식량문제를 제도적으로 완벽하게 정립하여 국민들도 확고한 식량안보의 보호 속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농민들도 쌀 문제로 가슴앓이 하지 않게 하기를 바란다.

황의영<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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