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유기농,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땅의 기약
네팔의 유기농,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땅의 기약
  • 이귀재
  • 승인 2016.10.11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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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페이스 북에서 올라온 아름다운 이야기를 몇 번이나 되새기고 있다. 부잣집 어머니가 딸을 교육하기 위해 가난한 마을 농장에서 며칠을 함께 묵었다. 체험 여행을 마치고 엄마가 딸에게 물었다. “이제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았지?” 딸의 대답은 엄마가 기대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우리 집 뒷마당은 수영장이 있지만, 그 집은 끝도 없이 흐르는 시냇물이 있어요. 우리는 정원에 등불이 있지만, 그 집은 밤중에 별들이 가득하고 훤히 비춰요. 우리 집에는 밥 해주시는 분이 있지만 그분들은 다른 이들을 위해 작물을 키워요. 우리 집이 세워진 집터는 매우 좁지만, 그 집이 세워진 들판은 끝도 없이 넓어요 … 우리 집은 안전을 위해 담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분들은 담벼락 없이 이웃들과 오순도순 잘 지내요” 그 말을 듣고 어머니가 침묵하자 딸은 다시 말을 이었다. “고마워요, 엄마 우리가 얼마나 가난한지 알게 됐어요.”

 코이카(KOICA) 봉사와 연구 활동을 위해 네팔을 오간지가 몇 년째다. 그때마다 하늘에서 바라본 네팔은 히말라야의 하얀 기운이 감도는 신성함으로 가득 찼다. 작년에는 지진으로 아픈 상처를 입었지만, 끝도 없이 펼쳐진 대지와,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천정으로 삼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은 여전했다. 물론 네팔은 가난하다.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이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최빈국이다. 경제활동인구의 90%가 종사하는 농업부문은 여전히 낙후되어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작년에 강력한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농지가 유실되어 산악농촌 지역에 빈곤층이 더 많아졌다.

 올여름에 코이카 아카데미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네팔의 재해 현장을 다녀보고 카트만두 대학 총장과 일행들을 만난 우리 연구 봉사팀은 저녁에 다시 회의를 가졌다. 때마침 네팔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아라비카 커피 맛이 독특하고 향기로웠다. 우리 연구팀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네팔에 유기농을 대대적으로 보급하여 커피와 녹차처럼 히말라야의 정기가 숨 쉬는 천혜의 터전을 그대로 간직하고 풍요롭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네팔은 최근 들어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이 증가 추세여서 토양의 산성화, 토양 물리성의 악화, 지하수 오염 등 환경문제가 최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기농은 자연농법으로 비용도 적게 들고 국제적으로 변덕이 심한 비료와 농약 시세에 구애받지 않아 언제든 협동조합에서 구매하여 판로를 보장받을 수 있다. 수 천 년 내려온 자연의 토양에 접목하는 유기농법은 자연을 지키고 농민 가족의 건강도 지키게 된다. 더욱이 농민의 수입보장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게 되어 네팔의 건강한 미래를 키워갈 수 있는 기본이 된다.

 모두가 저녁때 의견을 모았다. 네팔의 유기농 보급은 유기농업의 기술연수와 함께 전문 인력을 장기적으로 키우는 것이 지름길이었다. 우선 카트만두대학에 재정을 지원하여 유기농업 센터와 유기농 대학원 석사학위를 설치하여 지속적인 농업교육 기반을 확보하고 이들을 통해 지역주민에게 유기농업 기술, 소득증대, 역량강화를 교육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지었다. 카트만두 대학에서 유기농 석사학위를 마친 전문가들을 다시 이곳 익산 캠퍼스에 박사과정을 설치하여 다시 최고의 전문가로 키우는 연계방법도 장기적 관점에서 강구하였다. 작년 전북대를 방문한 카트만두대학 총장과 일행도 유기농 확산과 전문가 육성에 지대한 관심과 협조를 부탁했다. 작년에 연구 봉사팀이 구상했던 네팔의 유기농 사업은 지금 정부의 코이카 사업 지원으로 하나씩 실행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모든 여행자들은 한결같이, 네팔은 아직도 아름답다(Nepal is still beautiful)고 말한다. ‘아직도’라는 말은 머지않아 네팔의 아름다움이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를 때로 아빠라고 따르던 네팔 소년 소녀들과 아름다운 미래가 유기농에 있다고 믿는다. 그들에게 넓은 들판을 마당으로 삼고,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고, 히말라야의 눈이 시냇물로 녹아 흐르는 풍요로운 나라를 꿈꿔 본다. 가난하지만 넉넉한 땅, 작게 가진 자가 더 많은 것을 누리는 땅, 그것이 실은 네팔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도 진정으로 꾸려가야 할 미래의 모델이다.

 이귀재<전북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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