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바이러스, 막연한 공포는 혼란 초래한다
지카바이러스, 막연한 공포는 혼란 초래한다
  • 최두영
  • 승인 2016.10.11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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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말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올해 또 하나의 화제로 떠오른 지카바이러스로 가슴을 쓸어내리진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 8월 세계인의 축제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집중되었고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우리들의 경각심을 더욱 높여 준 지카바이러스. 생소하고 낯선 단어지만 감염 질환이라는 점에서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도 좋을 듯싶다. 

지카바이러스란 지카바이러스를 보유한 모기에 물려 감염이 되는 감염성질환으로 알려졌다. 지카바이러스를 주로 전파하는 매개체는 이집트숲모기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집트숲모기가 서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촌격인 흰줄숲모기는 활동하고 있다. 다만 고온화 현상이 지속하여 이집트숲모기의 증식이 이뤄진다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지카바이러스 감염환자의 약 80%는 자신도 모르게 지나가거나 경미한 반응을 나타내다 사라진다. 증상은 고열과 발진, 근육통, 두통이 대표적이며 아직 치료제나 백신은 없다. 잠복 기간은 약 2주간이며 감염되었을 경우 의료기관에서 진통제, 해열제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우리가 훨씬 큰 공포를 느끼고 주목 했던 점은 임산부가 감염되었을 경우 소두증 신생아가 탄생하거나 길랑-바레증후군, 척수염 등 신경과적 질환과의 관계를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생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소두증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갖게 되는 것에 공포심이 늘어나는 것도 이해할 만은 하다. 

그러나 막연한 공포는 혼란을 초래하기 쉽다. 지카바이러스는 감염성이 질환이지만 공기 감염, 음식물 또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이로 전염되지는 않는다. 즉 메르스나 콜레라처럼 집단 감염이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 다만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의 정자에 배양되어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거나 감염자의 헌혈로 인한 수혈을 받았을 경우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지카바이러스 감염환자 정액에서 살아있는 지카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분리, 검출됨으로써 성관계에 의한 감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확진된 감염자들은 모두 외국에서 감염된 환자들이다. 아직 국내 감염은 없지만 국내에서도 감염이 가능하다. 이는 혼란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외국을 오가는 선박, 항공기 등을 통해 들어온 감염 매개체가 온난화 현상으로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7일 13번째 확진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17일부터 3월 9일까지 22일간 업무차 브라질을 방문했던 남성이 3월 22일 첫 감염 확진을 받은 후 현재까지 총 13명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자 중 9명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특히 동남아시아 여행객이 많다는 점에서 많은 주의를 요하는 대목이다. 태국에서는 감염자가 2달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경우도 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지카바이러스로 인한 집단 감염이나 전염 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개인은 외국 여행 시 감염 확률이 높은 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관계기관에서 권한 주의사항을 충실하게 지키는 현명함을 가져야 할 것 같다. 특히 임산부들은 소중한 생명들이 탄생에서부터 소두증이라는 천형의 질환에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예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나 관계기관들도 무지로 인한 공포와 혼란스러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 전달과 홍보 활동은 물론 꾸준한 방역대책들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 무엇보다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하지만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두영<원광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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