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5> 전주동물원
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5> 전주동물원
  • 김상기 기자
  • 승인 2016.10.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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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전주동물원이다. 화가는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자주 들리는 곳”이라며 발걸음이 흥겹다.

1978년 충청 이남에서 가장 큰 규모로 개장한 전주동물원은 지역의 명물이었으나, 동물 복지에 대한 소홀함으로 한때 존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금은 전주시가 민선6기 핵심사업 중 하나로 생태동물원 조성계획을 세워, 행복한 동물원으로 탈바꿈이 시도 중이다.

 요새 화가들은 현장 스케치를 즐겨하지 않는다. 현장감이 필요하면 사진을 찍는다. 무엇보다 귀찮다. 마음도 바쁘다. 주저앉아 한 장면 그리느니, 여기저기 돌아보며 많이 찍는 게 남는 거라 생각한다. 화실에 들어가 사진들 뽑고, 그 중 맘에 드는 장면을 캔버스에 옮기면 된다. 맘에 드는 게 없으면 이 사진과 저 사진을 조합해도 된다.

그런 추세라면, 현장 스케치는 구식일지도 모르겠다. “현장에서 그리는 맛은 안 해본 사람은 몰라” 하는데, 그려보질 않았으니 기자 역시 알 리가 없다. 그저 지켜볼 뿐이다.

신이 난 화가는 연거푸 스케치를 해나갔다. 이번엔 대나무가 아니라 펜이다. 원하는 동작이 보일 때면 한 번에 쌈빡~ 하니 그려냈다. 망설임 같은 것도 없고, 앉아서 그리지도 않았다. “움직이는 동물이라 쉽지가 않아” 하는 푸념이 재빠른 손놀림의 결과를 낳고 있었다.

 염소, 코끼리, 물고기, 말… 등이 그렇게 캔버스를 채워갔다. 기린은 조형물을 그렸다. “목이 길어 매력적”이라는 이 동물은, 때마침 공사 중이라 보이질 않아서다. 그렇게 2시간 반 동안 8점의 스케치가 쌓였다. 천고마비의 계절만큼이나 화가의 표정도 만족스러웠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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