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과 독일 부패척결법의 교훈
김영란법과 독일 부패척결법의 교훈
  • 최낙관
  • 승인 2016.10.09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의 필수조건이자 토양은 무엇일까? 물론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겠지만, 공정한 경쟁과 배타적인 소유권을 가능케 하는 지배와 법질서는 거시적인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요인이라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예측 가능한 법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공정경쟁을 해치고 사적 소유권을 침해하는 반칙들을 제거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한국사회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변화가 힘을 얻고 있다. 바로 일명 ‘김영란 법’이라고 일컫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바로 그것이다.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 이 법의 공식적인 약칭은 ??청탁금지법??이다.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청탁금지법’은 여느 다른 법과 같은 지위를 갖고 있지만, 그 영향력을 놓고 보면 가히 태풍급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아직 법 시행 초기이기는 하지만, 일명 김영란 법은 우리사회의 온갖 부정부패를 바로잡아 투명사회를 만들어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자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적 성격을 띠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청탁금지법’이 대한민국을 청렴국가로 가는 열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임이 틀림없다. 반부패 없이 성장과 발전은 기대할 수도 없거니와 더욱이 청렴국가는 우리사회의 궁극적 지향점인 복지국가를 가능하게 하는 약속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입장에서 필자가 유학시절 경험했던 독일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부정과 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존하는 부정부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불편하지만 스스로 엄격한 자를 적용하고 교정하려는 치열한 자정노력이 얼마나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 독일은 부패의 개념을 “공직자가 경제적, 정치적 위임의 남용을 통해 공익을 해치면서 자신이나 제 3자의 이익을 위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패는 장기간 다양한 영역에서 관행처럼 이루어졌던 ‘구조적 부패’는 물론 사전 계획이나 준비 없이 이루어지는 ‘상황적 부패’까지 엄격하게 포함시키고 있다. 독일의 ‘부패척결법’은 1997년 기존 개별법들의 부패관련 조항들을 수정, 통합하는 방식으로 법제화했고 이후 2004년 ‘연방행정 부패방지 지침’으로 구체화되었다. 중요한 점은 이유를 불문하고 뇌물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처벌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국민들의 법 감정에 반하는 해당 공직자들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구조적 부패의 예를 들면, 1999년 헬무트 콜(Helmut Kohl) 전 연방총리가 기업으로부터 기부금 210만 마르크를 받아 정치권에서 퇴진한 사건은 유명하다. 기업의 경우 2008년 독일을 대표하는 다국적 전기전자기 회사인 지멘스(Siemens)가 대규모 해외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약 2억 유로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그보다 많은 벌금은 물론 경영진과 부패에 연루된 직원 500여 명이 해고당하는 엄청난 일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상황적 부패도 처벌의 대상임은 물론이다. 예컨대 전 연방 대통령과 장관들이 휴가 기간에 기업인 친구에게 제공받은 호텔은 물론 업무용 이른바 관용차량의 사용이 문제가 되어 처벌과 문책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독일의 경험은 우리가 봐야 할 등대가 아닌가 싶다. 지금 막 시행된 한국의 청탁금지법은 아직 시행초기여서 많은 혼란을 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처럼 분단국가에서 통일을 이룩하고 유럽의 맹주로 우뚝 선 독일성공의 이면에는 부패척결을 위한 강력한 법과 여전히 진행 중인 청렴사회를 위한 국민들의 노력이 있음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