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읽고 쓰는 기쁨’ 만학의 꿈
[한글날] ‘읽고 쓰는 기쁨’ 만학의 꿈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6.10.0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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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날을 사흘 앞둔 6일 전주시 꽃밭정이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늦은 열정으로 한글을 공부하고 있다./김얼 기자

 “한글을 배워 읽고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신기하고 그저 기쁘기만 합니다.”

 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을 배우겠다는 식지 않은 열정으로 만학의 꿈을 놓지 않는 어르신들을 만나 배움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6일 전주시 평화동의 꽃밭정이노인복지관에는 만학의 꿈을 이루고자 찾은 9명의 어르신이 모여 있었다.

이날 오후에 있는 한글 기초반에서 한글을 배우고자 찾은 어르신들이다.

오후 1시 수업에 앞서 어르신들은 화요일에 내준 숙제와 함께 이날 받아쓰기 시험을 앞두고 그동안 배운 한글복습에 한참이었다.

수업시작과 함께 칠판에 ‘한글날’이라는 단어를 크게 적은 정정균(68) 교사는 “우리가 여태 한글을 공부를 해왔던 만큼 한글날을 맞이해 열심히 공부하자”며 의욕에 찬 모습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 한글날을 사흘 앞둔 6일 전주시 꽃밭정이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늦은 열정으로 한글을 공부하고 있다./김얼 기자

이날 첫 수업은 지난 시간에 배운 단어들의 받아쓰기 시험이었다.

2일에 걸쳐 복습한 어르신들은 정 교사가 읽어 주는 단어들을 어르신들은 받아적으며 다소 삐뚤삐뚤하기는 했지만, 막힘없이 술술 써내려갔다.

정 교사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점점 난이도가 높아져 갔고 ‘6번 훨씬’이라는 단어가 입 밖에 나오자 어르신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이거 어떻게 쓰는겨?”,“이거 우리가 배웠당가?” 등의 구수한 사투리를 내뱉는 어르신들의 애교 섞인 투정에 정 교사는 못살겠다는 표정으로 힌트를 주기도 했다.

시험지를 걷은 정 씨는 채점을 하며 “여기 계신 어르신들은 4년 전부터 시작된 한글교실에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나와주시는 어르신들이다”며 “처음엔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어르신들의 일취월장하는 모습에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한글 교재를 열심히 읽던 양모(72·여) 할머니는 “친구를 따라 한글교실을 다닌 게 무려 3년이 흘렀다”며 “한글을 읽고 쓸 줄을 줄 몰라 누구에게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창피했지만, 이제야 조금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4년이란 시간 동안 오직 한글을 배우기 위한 열정으로 1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이곳에 나오는 할머니도 있었다.

송천동에 거주하는 이모(81·여) 할머니는 “버스를 탈 때 노선표를 읽을 수 없어 기사에게 평화동 가느냐고 몇 번씩 물으며 탔지만, 요새는 혼자 읽고 탈 수 있을 정도다”며 “친구도 사귀고 한글을 같이 읽고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남들보다 비록 늦게 시작했어도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정정균 교사는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겠다는 열정적으로 임하는 자세에 나 또한 힘을 받는다”며 “어르신들께 있어 한글 공부는 늦게나마 꿈을 이뤄주는 매개체로써 소중한 보물과도 같다”고 전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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