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노벨상의 계절
쓸쓸한 노벨상의 계절
  • 박세훈
  • 승인 2016.10.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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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노벨상 수상자 선정을 주관하는 스웨덴 왕립학술원은 지난 3일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데 이어,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13일 문학상을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한 수상자이다. 그것도 평화상이다. 노벨상 수상자 후보로 몇 번 거론이 되기는 했지만, 기초과학이나 경제학, 문학상 수상자는 아직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해매다 10월이 되면, 이번에는 ‘꼭’ 하고 기다려 보지만, 금년에도 이미 발표된 세 분야의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으며, 타 분야에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부럽다. 금년에도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도쿄 공업대 오스미 요시누리 명예교수가 선정된 것이다. 아직 우리는 학술 분야의 수상자를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였는데, 일본은 지난 3년 연속 배출이고, 전체적으로 23번째 수상자라니 부럽기 그지없다. 그들의 역사의식에 때로 분노하지만, 노벨상에 관한한 우리가 일본에게 배울 바가 많아 보인다. 우리도 그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기다리면 수상자가 나올지도 의문이다. 노벨상 수상 분야의 전공자는 아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보고 싶다. 부질없는 일일지 모르지만, 답답해서 생각해 본 것이다.

먼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국가가 기초과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먼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의 R&D 규모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영세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절대적으로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대학 총장들이 해마다 예산 철이 되면 정부나 국회를 찾아가 연구시설의 확충을 위해 노력하지만, 적은 예산을 분배하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면 그 규모가 작아질 수밖에 없는, 고질적인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동경대 아키토 전 총장이 재임시절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가 관측장비 구축을 위해 정치인을 설득한 결과, 약속대로 노벨상 수장자 2명을 배출해낸 일화는 먼 남의 나라 얘기라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투자없이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것도 장기적인 성과에 과감히 연구시설과 연구비를 투자해야 할 것이다. 연구자들이 지금처럼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에 급급한 현실은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연구자의 정년 문제이다. 이번에 노벨 과학상을 수상한 7명의 나이 평균은 72세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정년이 훨씬 넘은 나이이다. 대개의 연구자들이 대학에 근무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65세에 정년을 하고 연구를 그만 두어버리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대학에서 정년을 하고도 명예교수로 근무하면서 계속 연구를 수행하는 일본의 경우나 정년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퇴직하지 않고 교수로 남아 있으면서 연구에 매진하는 서구 국가들의 경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문에 정년이 있을 수 없다. 평생을 연구한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값진 결과가 노벨상인 것이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성적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과학이 재미있어 과학을 좋아하는 이들 학생들이 정작 대학에 진학할 때는 기초과학 보다는 의대나 치대 등을 선택한다든지, 과학계통을 전공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꾸는 예를 주변에서 많이 관찰한 바 있다. 이들을 탓할 수많은 없다. 당장 생계를 걱정하면서 연구를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를 국가가 우대하지 않는 한 우수한 학생들이 기초과학 연구에 전념하도록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남이 뭐라 해도 우직할 정도로 50년 이상 외길을 고집한 사람들이 노벨상을 수상한다. 우수한 과학자가 정년 후에 국회로 입성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만의 푸념이길 바란다.

박세훈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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