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9월 9일 중양절을 맞았다. 올해는 양력 10월 9일과 맞선 날이다. 24절기 중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들어있으며, 우주 태양의 황경(黃經)이 195° 일 때다. 이 무렵은 기후의 온도 차이가 덥지도 춥지도 않으며, 낮과 밤이 길이도 비슷하여 우리 인간이 살아가기에 아주 적합한 절기라 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중양절(重陽節)은 신라 때부터 군사들의 연례 모임이 이날 행하여졌으며, 특히 고려 시대에는 국가적인 향연을 열기도 했다. 조선 세종대왕 때에는 중삼, 즉 3월 3일 (삼짇날)과 중구를 명절로 공인하고, 노인과 대신들을 위한 잔치인 기로연(耆老宴)을 추석에 치렀는데 중양일로 옮겨서 베풀었다. 이날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나라에서는 특별히 과거시험을 실시하여 중양절을 높이 기리기도 했다.
가을은 코스모스를 시작으로 국화와 여러 가지 가을꽃들이 아름다운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온 산은 단풍으로 물들여 황홀한 자태를 자랑하며,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있다.중양절은 풍요의 절기다. 들녘의 논과 밭에는 황금빛으로 물들인 곡식을 수확하는 절기요, 온갖 과일들은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고 단맛을 더하여 탐스럽게 익어가며, 밤·배·감·대추·사과 등 풍성한 과실을 수확할 때이다. 산과실로는 머루·다래 ·어름 등 신선한 과일로 여기고 산에 올라가 따기도 한다. 이래저래 농부들의 일손은 바쁘기만 하다. 중양절은 음양철학적인 중일명절(重日名節)이라고도 한다. 3월 3일 삼짇날, 5월 5일 단오절, 7월 7일 칠석날, 9월 9일 중구 절은 달과 날의 숫자가 같아하여 양수가 겹쳐, 양의 기운이 넘치는 수라 여겼으며 길조가 있는 것으로 믿어왔다. 또한, 철새인 삼짇날에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중구일에 제비가 제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여염집에서는 매년 추석이면 햇곡식으로 음식을 장만하고, 술과 과실을 차려놓고 선영에 제를 모시고 가족들이 먹는 것이 상례다. 그런데 어떤 해는 농작물 철이 늦어 추석절에 미쳐 햇곡식이 나지 않으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지 않고, 그 뒤 햇곡식이 나오면 비로소 중구 [귈] 차례라 하여 조상에 제사하고 시제도 모시는 풍속이 있었다.중구 시절 음식으로는 국화술, 국화전(菊花煎), 국화떡, 국화채 등을 장만하여 먹고, 등고회라 하여 “산에 올라 사방의 정경을 바라보며 시를 지어 읊었다”고 한다. 당시 학자 맹원로(孟元老)가 저술한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에 전한다.
예부터 음력 9월 9일은 중구일, 중구절(中九節) 또는 중양일, 중양절(重陽節)이라고도 했다. 중구는 구(九) 자가 겹쳤다는 뜻이고 중양은 양(陽)이 겹쳤다는 뜻이다. 역학계에서는 홀수의 1,3,5,7,9는 양이며, 2, 4, 6, 8, 10은 음이다. 9월 9일은 모두 9이고, 9는 양(陽)이므로 양이 겹쳤다 하여 중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중양절은 역시 국화의 철이요. 국향이 온 누리에 퍼지는 절기다.
정조임금 역시 국화(菊花圖)에 국화예찬으로 국화 오덕(五德)을 발표했다. / 하나, 밝고 둥근 것이 높이 달려 있으니 천덕(天德)이요,/ 둘, 땅을 닮아 노란색을 띄니 지덕(地德)이요,/ 셋, 일찍 심었는데도 늦게 피어나니 군자(君子)의 덕이요,/ 넷, 서리를 이고도 꽃을 피우니 지조(志操)의 덕이요,/ 다섯, 술잔에 꽃잎을 띄워 마시니 풍류(風流)의 덕이라.
중양절에는 제사, 성묘, 등고 또는 각종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관리들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다. 또한, 큰 명절이었으므로 이날을 특별히 형집행을 금하는 금형(禁型)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 한편 명절에 관리들을 쉬도록 한 방안인 듯싶다.
고재흠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