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를 바라보는 수상한 시선
8.15를 바라보는 수상한 시선
  • 조배숙
  • 승인 2016.10.05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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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5콜라’가 있었다. IMF시절 ‘콜라독립’을 외치며 애국마케팅에 나섰던 탄산음료다. 추억의 815콜라를 리뉴얼한 제품이 최근 다시 출시됐다고 한다. 8.15의 역사성이 상술로 번안될 만큼 우리 민족에 있어 8.15의 의미는 각별하다.



다시 불붙은 역사논쟁

8.15는 광복절이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이자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이다. 우리 민족사에 두 경축일의 함의는 ‘광복절’에 오롯이 담겨져 아무 문제없이 기념해 왔다.

그런데 최근 사달이 났다. 바로 ‘건국절’ 논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임을 강조해마지 않았다. ‘건국절’ 논란에 불을 댕긴 것이다.

새누리당은 건국절 법제화를 공언하고 나섰다. 이미 18대와 19대 국회에서 폐기되었던 사안이다. 또다시 정치권을 해묵은 역사논쟁의 진앙으로 만들려는 억지일 뿐이다.

오는 11월 공개 예정인 국정 역사교과서 시안도 또 다른 역사논쟁의 뇌관이 될 공산이 크다.

교육부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초안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검정 역사교과서 출판사들에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1948년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해 달라 요구했다고 한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하고 1948년 건국사관을 종용한 거다.



헌법 부정 건국절 논란

8.15를 바라보는 수상한 시선이 정부 차원에서 점차 노골화 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건국절 논란은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궤변에 불과하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 하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은 자연 소멸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대한제국의 계승자인가, 아니면 2차 세계대전 후 건국한 신생독립국들과 동등한 위상의 국가란 말인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국적國籍은 또 어찌된단 말인가?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황국신민으로 살다가 1948년 건국된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적 변경이 되는 것인가?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 조선이 일본이 아닌 독립국이고, 조선인이 일본인이 될 수 없음을 만천하에 고한 3?1독립선언서의 첫 문장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3?1운동의 성과로 건립되었다. 대한민국의 국호國號도, ‘민주공화제’의 국체國體도 임시정부에서 연유된 것이다. 미국은 건국일이 아니라 독립을 선언한 기념일을 국가의 기원으로 삼고 있다. 우리의 3?1절과 같은 의미다.

반만년 민족사를 가진 우리 민족에게 ‘건국’의 명분은 고대 국가의 논리였다.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하여 ‘창업’을 명분으로 삼았고 조선은 고조선 계승을 명분으로 ‘개국’을 선포했다. 임시정부는 ‘건립’을 표방했다. 이승만 대통령조차 임시정부를 ‘민국 원년’으로 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전 세계에서 2차 세계대전 후 탄생한 신생독립국 말고 건국일을 공휴일로 따로 정해 기념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의 건국일 의미는 우리의 개천절 의미와 다르지 않다. 메이지 유신시대에 이등박문 등이 주도하여 제정되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후 군국주의의 소산이라는 이유로 폐지되었다가 일본 우익의 득세로 부활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에게 혹독한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던 친일경찰 노덕술이 있다. 친일반민족 행위자였던 노덕술은 해방 이후 경찰과 군 간부로 승승장구하며 충무무공훈장과 화랑무공훈장 등 세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훈장을 수여받았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 하면 노덕술과 같은 친일 인사들도 건국공로자가 될 수 있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역사의 뒤틀림이 시작되는 것이다.



건국절 논란 종식돼야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점령기에 프랑스 임시정부는 알제리에서 수립된다. 프랑스는 이를 계승했으며 독일에 협력했던 비시정부 요인들을 모두 처벌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프랑스 임시정부의 공통점은 외적의 침략에 맞서 국권회복을 위해 투쟁했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독일에 협력했던 인사들을 단호히 처벌한 프랑스와 친일 인사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대한민국 그리고 외적의 침탈로 빼앗겼던 국권을 회복하고자 수립됐던 망명정부를 온전히 계승하는 프랑스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당한 역사마저 축소 왜곡하려는 비틀어진 역사관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국회의원 조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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