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작가의 ‘On the scene-03’
홍남기 작가의 ‘On the scene-03’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6.10.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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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변방의 외침] <4>

홍남기 작 - On the Scene-03(드로잉 애니메이션 2분 23초)

 총을 들고 있는 한 남자, 그리고 죽어 있는 사람들. 너무도 끔찍한 모습을 표현해 놓은 한 애니메이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불편했다. 그런데 한 걸음 더 걸어가 생각해보니 끔찍한 이 사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풍경에 실소가 터져나왔다.

전북도립미술관의 특별 기획전 ‘아시아청년 36’에 참여하고 있는 홍남기 작가는 회화를 전공하고 비디오 과정을 거쳐 좀 더 자유롭게 구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애니메이션 작업에 입문한 작가다. 그의 작업은 설치와 드로잉 애니메이션, 디지털 프린트로 압축된다.

작가는 특히 일상의 움직임을 직접 촬영한 뒤 영상들의 프레임별 이미지을 추출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인상적인 상황이나 뉴스, 개인적인 경험과 사건들을 재해석하고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방식인 것. 현실을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허구일 수도 있고, 가상의 공간인 줄 알았으나 현실의 공간에서 방황하고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는 ‘On the scene’시리즈는 영화 ‘저수지의 개들’의 마무리 장면과 1951년 발표된 고전 SF작품인 ‘지구 최후의 날’에 등장하는 ‘고트’로봇을 소재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저수지의 개들’을 모티브로 구성한 드로잉 애니메이션은 어느 장소인지 가늠하기 힘든 곳에 버려져 있는 시체들의 영상과, 그렇게 되기까지 단서가 될만한 사건의 영상이 병치된 형태로 작품을 구성했다. 오해로부터 불거진 맞물린 상황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격렬한 인간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홍 작가는 “가상의 공간과 허구적 스토리를 기반으로 현실의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원광대 서양화과와 경희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창작미술협회 공모전에서 대상(서울시립미술관, 2002)을 받았으며, 금호영아티스트(2008), 경기도미술관 경기창작센터 입주 작가(2010-2012)에 선정돼 활동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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