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신’이 전하는 말
‘경영의 신’이 전하는 말
  • 홍용웅
  • 승인 2016.10.03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소기업은 무조건 비호감이다. 작고 ‘찌질’하고 없어 보인다. 한 마디로 폼이 안 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중소기업에 미래가 있다며 충고라도 할라치면 청년들은 ‘너나 잘 다니세요’하는 심드렁한 표정이다. 버젓한 대기업 내지 공기업이나 공직 아니면 눈길도 안준다. 그런 그들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그들의 인식세계가 그렇게 형성된 데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나라도 자녀가 내로라하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하면 기꺼이 팔불출이 되어 동네방네 광고하고 다닐 것이다. 잔치라도 열 것이다. 이것이 일자리 미스매칭 시대의 모순적 풍속도다. 이 속물적 세태마저, 구차스런 핑계를 찾자면, 더 앞선 세대가 남긴 유물이라 할 수 있겠지만.

‘왜 일하는가?’의 저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칭송되는 교세라 그룹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의 청년시절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지방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취직이 안 되어 어찌어찌 들어간 곳은 망해가는 중소기업이었다. 게다가 배치된 부서가 부설연구소였으니 그가 얼마나 실망했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연구소에서 하릴없이 신세 한탄으로 시간을 죽이다가 어느 날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마찬가지니 한번 해보자’는 각성에 접하게 되니 이때가 바로 인생역전의 시작이다. 도전적 자세로 갖가지 실험에 몰두하여 회사 회생의 활로를 개척한 그가 교토세라믹을 창업한 것은 1959년, 27세의 나이였다. 오늘날 160여 계열사, 6만 명 넘는 직원을 거느린 세계제일의 전자업체 교세라 말이다. 만약 그가 대기업이나 공직에 들어가 중산층으로 무난히 밥 먹고 살아왔다면 우리는 경영의 신도, 교세라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경영을 할 때 ‘왜 경영하는가’라는 목적과 대의가 가장 중요하다. 평소 중소기업 경영인들에게도 이를 묻곤 한다. 기업 경영의 핵심적 의미는 함께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게 하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얘기도 덧붙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성공시키려 하는가, 그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세상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라는 대의를 갖는 것이다. 뛰어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활용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파른 고용절벽의 시대에 우리 청년들은 직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안락한 유산계급으로 올라가는 계단? 또한,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눈앞에는 무엇이 어른거릴까? 초호화 맨션과 페라리? 그러나 돈과 안락의 추구에 인생의 목표를 둔다면 우리는 금방 탈진하거나 길을 잃고 만다는 것이 현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새로운 가치와 타인의 복지를 지향할 때 더 큰 의욕과 추진력이 생긴다는 진리와 함께.

직업에 대해 경영의 신이 내린 소박하면서 가슴 저리는 결론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이것만은 명심해 주기 바란다. 지금 당신이 일하는 것은 스스로를 단련하고, 마음을 갈고 닦으며, 삶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라는 것을.”

직업엔 분명히 밥벌이의 요소가 농후하지만,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취업에 앞서 직업의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겨보자.

홍용웅<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