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가슴으로 기억한다면 ‘김영란 법’을 긍정하자
‘세월호 참사’를 가슴으로 기억한다면 ‘김영란 법’을 긍정하자
  • 김남규
  • 승인 2016.09.2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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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청탁 방지법’이 어제 시행되어 하루가 지났다. 법 시행 전부터 논란이 컸다. 법의 적용 대상 등의 문제를 놓고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법적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논란과 혼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변화에 적응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왕 시작했으니 일정 기간을 겪어보고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게 지금 대한민국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를 가슴으로 기억한다면 조금 문제가 있더라도 우선은 ‘김영란법을 긍정하자’라고 말하고 싶다. 세월호 참사는‘해피아’ ‘관피아’ 문제만 핵심이 아니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임에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는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부패한 사회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수수방관한 것이다. 그래서 ‘김영란 법’을 흔들고 있는 기득권 세력을 향해 시민들이 ‘긍정’이라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이번 ‘김영란 법’에 ‘이해충돌 방지’가 빠졌다. 그리고 20년 전부터 시민단체들이 주장했던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역시 외면받고 있다. ‘큰 도둑’을 못 잡는 부패방지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 때만 되면 말로만 ‘정권교체’를 외치지만 말고, 정권 교체해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를 만들어 더 이상 비리와 청탁으로 부패한 자들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맡기지 말자. 그러한 일들을 ‘시민의 힘’으로 하자.

‘김영란 법’의 적용사례를 보면 상당히 복잡하다. 법 적용대상이 ‘공직자와 사립학교, 언론사 임직원’이지만 그들과 관련된 일반인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거의 전 국민이 법 적용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질적인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기도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사회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얼룩져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혈연, 지연, 학연의 연고주의와 온정주의 등에 익숙해 있기에 어쩌면 혼란스러운 게 당연한 일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부정 청탁을 거절하기 쉬운 법’을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부정청탁은 상급자(단체) 혹은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거절하면 쉬워진다. 공직에 있는 업무관련자에게 이해관련자가 법령을 위반하여 이익을 취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청탁하거나 금품을 건네는 행위는 김영란법이 아니라도 불법이다. 그러나 벤츠 검사, 떡값 판사 등 사회 고위층은 ‘대가성’ 증명이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법망을 피해갔다. 김영란 법은 ‘부정청탁한 내용의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요구 또는 약속’한 것 차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영란 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농축산업계의 매출 감소를 우려한다. 특정 집단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되지만 법 시행에 따른 시장의 변화에 발맞추고 정부가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합당하다. 김영란법 시행을 반대 또는 완화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부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부패가 ‘경제의 독’이라는 사실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공직자들 접대 못하게 하고 선물을 못하게 한다고 경제가 흔들린다고 걱정할 일이 아니다. 뿌리 깊은 관행과 부패를 바로 잡고 근본에서 경제를 바로잡는 것이 진정으로 경제를 걱정하는 일이다.

국민권익위의 홈페이지에 문의가 쇄도하고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법 시행과 관련된 실무적인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혼란이 있을지라도 경제를 위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감내해 나갈 일이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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