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진통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진통
  • 김동근
  • 승인 2016.09.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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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동안 빠른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국가로 성장하였지만, 많은 소득 상승에도 소득재분배문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인한 중소기업의 어려움, 취업문제, 노사문제 등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사회적 불만은 커졌다. 최근에는 청년들의 취업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청년들 사이에 ‘금수저·흙수저’ 논란이 있었고,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라는 의미의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자조적이고 암울한 용어가 유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경제가 제대로 된 시장경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제대로 된 시장경제가 아닌 것은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 그리고 경제계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적인 임무이다.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는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임무 외에 다른 일을 우선시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인, 기업인, 일반인 사이에도 기본에는 별 관심이 없고 성과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용인해 왔던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은 정부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보면 성장과 분배의 조화가 바람직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문제가 있는 경기규칙을 그대로 둔 채, 어떤 정부에서 성장을 주장하는 쪽의 손을 들어주거나 아니면 분배를 주장하는 쪽의 손을 들어주는 처방, 즉 정책이나 전략을 추진하여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기본을 중시하는 정책이나 전략을 수립하고, 우선으로 문제가 있는 경기규칙 즉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고·온정주의로 인해 청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관행이 부정의 시발점이다. 혈연·지연·학연으로 맺어진 연고관계나 사회관계에서 맺어진 각종 연줄을 통해야만 취업, 승진, 사업의 인허가 등이 손쉽게 성사되다 보니 여기에서 많은 부조리와 부패가 양산되고 있다. 특히 공직자 등이 금품 등을 수수하였음에도 직무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아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증가하였다.

2002년 ‘부패방지법’이 시행된 이래 국민권익위원회는 헌법 전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고…”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 왔다. 2011년 6월 국무회의에서 공정사회 구현, 국민과 함께하는 청렴 확산방안의 일환으로 가칭 ‘공직자의 청탁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 제정이 추진되었다. 2011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김영란)에서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 법안’을 마련하여 공청회 및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 2015년 3월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로 제정·공포되었다.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중요한 법률이다.

청탁금지법은 기본법체계의 한계를 보완하여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처벌 가능하고, 적용대상도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사립학교법인과 언론사 임직원까지 포함시켰다. 이전 법체계에서는 수뢰죄 등 전통적 부패만 규제가능하고 새로운 부패 규제가 곤란하였으나, 청탁금지법에서는 금품 등과 결부되지 아니한 부정청탁행위 그 자체도 규제의 대상이 되고, 부정청탁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여 인허가, 행정처분·형벌부과 감면, 인사, 계약, 직무상비밀누설, 보조금, 평가, 감사·단속, 병역 등 14가지 부패빈발분야의 부정청탁 대상 직무를 열거하고 있고, 7개의 부정청탁 예외사유도 구체화하고 있다. 또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 수수 시 형사처벌 되며, 100만원 이하 금품 수수는 직무와 관련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공직자 등의 배우자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음식점, 농수축산물, 마트, 기업체 등의 매출감소로 인하여 경제가 위축되고 정을 나누는 우리 사회의 고유문화가 사라지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공정하고 투명한 경기규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청탁금지법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재산권을 해치는 행위에 대하여 단호한 처벌을 하여야 한다. 대기업에서 주로 행해지고 있었던 내부거래를 통해 기업이나 남의 이익을 해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공권력이나 직원을 자기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데 사용하는 권한남용 행위에 대해 엄격한 기준으로 처벌하여야만 사회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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