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바퀴를 돌고 청년몰까지 다 들쑤신 화가는 결국 시장 한복판에 자리를 깔았다. 시장의 중심이라 할 만한 곳이었고, 그만큼 사람 드나듦이 빈번했다. 마땅히 앉을 자리도 없다. 시장 상인과 티격태격 까지 하며 겨우 귀퉁이 자리를 확보했다. 시장 분위기는 제대로지만, 그림 그릴 환경으론 낙제점이다.
그늘도 없다. 손수건을 머리에 써보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래도 어느 순간 붓이 달리자 주변 분위기마저 바뀐다. 말 많던 상인들도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입을 다문다. 조기 파는 아주머니는 자신이 모델이 되고 있음을 안 뒤부터 싱글벙글 이다. 화가는 시장 바닥에 놓인 조기를 천정에 메달아 그린다. “그래야 맛이 있지” 한다.
전주(全州)라는 이름은 모든 것이 갖춰졌다는 의미다. 물산이 풍부하고 살기에 적합한 땅이란 뜻이다. 전주 남부시장 역시 그 이름에 걸맞게 조선 초기부터 이어져온 우리나라 대표 시장이다. 전성기 시절엔 전국 쌀 시세가 남부시장에서 결정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현재는 청년몰과 야시장이 들어선 특색있는 시장으로 주목받는다. 또한 시장 바로 옆 천변에는 매일같이 새벽 도깨비시장이 열려 활기를 더한다.
이번 여정은 어느 때보다도 힘들었다. 직사광선은 피할 길이 없고, 자전거며 오토바이까지 옆을 스쳐갔다. 끙끙 거리면서도 화가는 작품을 완성해나갔다. 시끌벅적 시장 한복판에서 수확한 날 것 그대로의 그림을 말이다. 그렇게 또 한 점의 작품을 건졌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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