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오물들의 책임론
이 땅의 오물들의 책임론
  • 안 도
  • 승인 2016.09.22 2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즈음 매스컴이나 사회 현상들을 보면 우리 대한민국은 미쳐버린 세상, 정신병동 같다.

마트서 4달간 110차례에 4천600만원 절도한 30대, 불륜 사실 일렀다고 친구를 살해한 20대 젊은이, 용돈이 없어 절도행각 한 10대들, 1만5천원 때문에 돈을 노린 살인, 군과 학원 폭력의 희생자 문제, 염전 등 곳곳에서의 장애인 학대 사건, 때리고 굶기고, 오물 기저귀를 재활용한 무서운 노인요양원, 섬마을에서 발생한 학부모들의 여교사 성폭행 사건. 월급 빼고 다 올랐는데 저물가 시대라는 정부발표 등이 지면을 장식해 왔다.

여기에는 사회적 불평등이 빚은 도착한 정의감에 문제가 있다. 포악무도한 살인 행각의 보도를 듣고 우리는 놀라기만 하고 앉아 있다. 속수무책인 것이다. 올해 38세니까 38명의 여자들을 폭행하고 죽여 버릴 계획이었다는 택시강간 살인범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에 경악을 넘어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경찰에 붙들린 젊은 피의자들의 말을 들어봐도 그렇고 포악한 택시강도의 말을 들어도 사회에 대한 불평으로 가득 차 있고 사회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못 살기가 등등하다. 군대에서 탈영한 장교나 사병의 말을 들어보면 군대 내부가 문제이지 도망 나온 군인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이 말을 들으면서 지적인 혼란만이 아니라 도덕적인 혼돈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과연 포악한 살인범들만 질타하고 처단할 수 있는 일인가? 이들 젊은이들이 이 지경에 이르게까지 한 우리들의 책임은 없는가? 를 묻고 싶다. 이 시점에서 사회를 지탄하고 비판하고 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우리 사회의 이른바 이 나라 최고 지성인들의 윤리, 도덕적 감각이 무뎌지고 썩어버려 방향 감각도, 판단기능도 상실되어 버렸다. 도대체 오늘의 지도자들과 종교인들은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다음은 우리들의 가치관 문제다. 우리는 그동안 잘 사는 사람들과 옳게 사는 사람들이 일치하지 않았다. 잘사는 사람들은 돈으로든지 권력으로든지 옳지 않은 방법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적 통념이 되어왔다. 그리고 지난 오랫동안 옳은 일을 하던 사람들은 핍박을 면할 수 없었고 가난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불행한 인생을 살아왔다는 부인할 수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각이 팽배한 나라에서 정부가 이런 악순환을 정화하고 개혁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일단 굳어지면, 철없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정의감과 주먹에 호소할 수밖에 없어진다. 자신들이 저지르는 불법행위는 불법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사회정의를 위한 「초법행위」가 되는 것이고 하늘이 시키는 천명까지 생각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들의 도착한 정의감은 신념을 가지게 되고, 그러한 신념 때문에 이들의 범죄행위는 포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도착한 정의감」의 폭풍우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이 나라 정치를 정화한다고 하면서 수많은 지성인들을 잡아 가주고 고문하고 학살한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법 위에 서서 초법적으로 헌법을 고치고 다시 써 가면서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힘과 총칼로 민중을 다스리면서 인권을 유린한 역사가 우리에게 있다.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만5천여명 가운데 병역 면제자는 2천500명으로 9.9%다. 일반인 병역면제 비율은 0.3%에 불과한데 고위공직자의 병역면제 비율이 9.9%라니 돈과 권력과 폭력이 아직도 이 사회의 도덕과 윤리를 말살시키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분노는 아직 이 땅에서 가시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교육도 일말의 책임을 갖고 반성해야 한다. 상급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이들은 대학입시교육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중고등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다. 오늘의 대학들은 우리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대학마다 입시의 문턱을 높여서 「우수한 학생」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대학의 그 높은 경쟁을 치르고 들어온 학생들에게 그들은 경쟁을 시켜서 과소비 시대적 역군 창조에만 전력을 다하고 있다. 언제 우리는 참교육을 할 수 있는가? 우리교육의 문제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안도<전북문학관 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