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주민번호, 왜 바꿔요?
근데 주민번호, 왜 바꿔요?
  • 김종회
  • 승인 2016.09.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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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원회관에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다. 민원인의 하소연부터 안부전화는 기본이다. 다짜고짜 엄살을 부리며 항의하는 전화와 정치적인 얘기를 서슴지 않는 전화도 있다. 그런 속에서도 유독 반가운 전화가 있다. 바로 필자의 지역구인 김제시와 부안군 주민의 전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혀 다른 유형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그것도 거의 같은 내용이다. 밑도 끝도 없이 불쑥 던지기 일쑤다. “근데 왜 주민번호 바꿔요?”가 대부분이다. 이쯤 되면 난감하다. 설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자기주장만 늘어놓고 귀를 닫고 만다. “남녀가 똑같으면 안 되잖아요?”는 말미에 붙이는 덤이다.

 “근데 주민번호는 왜 바꿔요?”는 주민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한 덕분(?)의 결과다. “남녀가 똑같으면 안 되잖아요?”는 동성애반대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인 줄 필자가 어찌 알겠는가?

 그러니 이번 기회에 주민등록법 개정안에 대한 법적인 본래의 의미를 명백히 밝혀두고자 한다. 주민등록법 일부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고 해서 일부에서 염려하는 바와 같은 일은 전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동성애를 옹호하는 법으로의 역할을 주민등록법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저 기우일 뿐이다. 입법예고한 바에 따라 국민의 뜻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당연히 반영될 것이고, 법사위와 본회의의 처리과정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진 뒤에야 불편부당의 정제된 법으로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법 개정의 절차적 당위성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리라 본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주민등록법 제7조로 대표되는 주민등록법의 일부 조항을 지난 5월 국회가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이 입증된 사람 등에 한해 주민등록번호 뒤 6자리만 변경’ 가능하도록 개정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6자리 변경만으로는 즉, ‘생년월일-성별 기호(1자리)+출생지역 일련번호(광역 2자리+동 2자리+출생신고 순서 1자리)+검증번호(1자리)’ 순으로 구성돼 있는 현재 주민등록번호에서 출생지역 일련번호 등 뒤쪽만 바꾸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서울과학기술대 이윤호 교수 연구팀의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그와 같은 실증결과에 따라 이의 대체입법으로 이번에 이를 임의번호형태로 변경할 수 있게 하는 일부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임의번호형태가 일부 동성애반대론자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의식은 국민의 엄중한 인권보호의 차원에서 살펴보면 전혀 무의미하다고 본다. 남녀차별이나 지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는 형태의 주민번호보다는 이를 최소화하는 임의번호형태가 이미 선진국에서 보편화하여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여권이나 운전면허증에 사용되고 있지만,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어떤 징후도, 남녀구별이 모호하다는 어떤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오랫동안 한학연구에 몰두해온 성리학자인 필자의 사상체계의 입장에서도 동성애는 더욱이 논할 가치조차 없는 주제이다. 왜냐하면, 성리학적 관점에서 동성애는 삼라만상의 자연섭리를 거스름은 물론, 그 자체로서 우주인 인간의 본질과 전혀 합치될 수 없는 행위로써 음양오행의 이치와 남녀의 근본은 결혼을 통해서 성체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바가 필자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정 발의된 주민등록법 때문에 동성애 조장과 같은 문제발생을 우려한다면 이는 전혀 문제될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주민등록법 일부개정안이 동성애법이 아님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로서 오직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일부 조항의 개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법 개정안의 본질은 일부러 외면한 채, 사회적 가치의 다양성을 성찰하지 않는 일부에서 주민등록법을 동성애법의 범주인양 호도하는 행위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적 통합에 결코 유용한 접근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오직 법으로만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 너무 단순한 바람일까?

 김종회<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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