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평가제에 대한 기대
성장평가제에 대한 기대
  • 차상철
  • 승인 2016.09.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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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의 초등학교에서는 올해부터 성장평가제를 전면 실시하고 있다. 성장평가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상대평가나 절대평가와는 다른 차원의 평가이다. 그동안은 학생들의 상대적 서열을 매기거나, 특정 영역에서의 학생별 성취도를 측정하여 교육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등급화 하는 평가가 주로 이루어졌는데, 성장평가는 학생들을 서열화, 등급화하지 않고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통해 얼마나 성장하고 변화하였는지를 파악하여 학생의 성장발달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성장평가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이며, 학습의 한 부분으로서 이루어지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전북교육청은 최근 몇 년 동안 학교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학교에서의 수업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하였고, 그 일환으로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평가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관행화된 평가 방식이 함께 바뀌지 않는다면 수업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부분 학교에서는 투입과 산출의 형태로 수업과 평가가 이루어졌다. 수업의 산출 결과로서 학생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평가를 했고, 평가 자료는 수업을 개선하기보다는 대체로 학생들의 선발·배치·분류와 성적 기록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었다. 그러다 보니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평가결과에 예민할 수밖에 없으며, 그럴수록 교사들은 평가의 객관성에 과도하게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평가의 영역은 객관적 측정이 용이한 인지적 영역에 한정되고, 평가 방법도 측정이 쉬운 지필평가 방식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학교에서 평가가 이런 방식으로 굳어지면 교육과정과 수업은 도덕성, 태도, 가치관, 감성 같은 영역보다 평가에 유리한 인지적 영역에 치우치게 되고, 지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입시 과목이 아니라고 해서 예체능 교과가 소외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가가 학교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학교에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가 지식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오늘날 입시위주 교육체제의 평가방식 때문이다. 결국, 평가가 바뀌어야 수업도 바뀌고 학교교육이 바람직한 인간 육성이라는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될 것이다. 전북교육청은 성장평가제를 입시 부담이 적은 초등학교 단계에서 우선 시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중학교의 자유학기제에 확대 적용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교는 쉽게 변화하는 곳이 아니다. 학생들이 어떻게 학습하고 있고, 학습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파악하여 궁극적으로 학생의 성장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성장평가가 학교 현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성장평가의 방향과 철학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정확한 안내와 지원, 그리고 이에 대한 학교 및 학부모의 공유와 공감이 충분하게 있어야 한다. 그동안 평가혁신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청 또는 학교 단위의 여러 연수를 통해 성장평가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이 있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초창기이다 보니 아직 그동안의 관행이 쉽게 없어지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는 학교도 많은 실정이다. 중간·기말고사를 없애는 대신 단원평가가 강화되거나, 수행평가가 내실화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수행평가지만 늘어난다거나, 학부모와의 소통과 협력 대신 평가결과에 대한 교사의 기록과 통지의 부담이 늘어난다면 성장평가의 취지가 퇴색하게 될 것이다.

 성장평가는 평가만의 변화가 아니므로 교육과정, 수업, 그리고 평가를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차근차근 함께 변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성장평가는 학교 교육과정이 인간의 전면적 발달을 충분히 고려하여 재구성되고, 그에 따라 협력적인 수업과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가 경계 없이 통합적이고 역동적으로 이루어질 때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전북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성장평가제가 수업을 바꾸고 교육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데 분명히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차상철<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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