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적 훑어보기, 울산 약사동 제방유적, 제천 의림지 수리사적
국내 유적 훑어보기, 울산 약사동 제방유적, 제천 의림지 수리사적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6.09.20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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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벽골제, 고대 문명의 세계유산이다<3>

 김제 벽골제와 국내 고대 수리시설을 일직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란 어렵다. 현재까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수리유적들이 벽골제보다는 후대에 축조된 것으로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유적을 발굴·보존·활용하는 모습에 있어서는 그 어느 유적이 우위에 있다고 재단하기는 곤란하다. 혁신도시개발로 그 모습을 드러낸 울산 약사동 제방유적은 발굴조사와 사적지정, 전시관 구축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빠르게 진행된 케이스로 주목되고 있다. 제천 의림지의 경우는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고 있어 그 어느 고대 수리시설보다 대중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을 지닌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보도에서는 이들 국내 유적의 사례들을 통해 선인들의 지혜와 노고의 결정체인 수리유적이 현대인들에게 어떠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또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울산의 새로운 볼거리로 거듭나고 있는 ‘울산 약사동 제방유적’

▲ 울산 약사동 제방유적 전시관 입구 (김미진 기자)

 울산광역시 중구 약사동에 있는 울산 약사동 제방(사적 제528호)은 삼국 시대 말에서 통일신라 시대 초(6~7세기)에 축조된 고대 수리시설이다. 김제 벽골제 등 다른 고대 수리유적들과 달리 발굴을 통해 축조시기와 기법 등이 처음으로 밝혀진 유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2010년 세상에 첫 얼굴을 공개한 약사동 제방은 약사천(藥泗川) 상류 계곡의 양쪽 구릉 능선부를 연결해 축조된 형태의 모습으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2년 여 동안 진행된 발굴조사에서는 제방 단면을 완전히 굴착해 축조방법을 확인했는데, 단순하게 흙으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댐처럼 매우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가공된 기초지반 위에 점성이 높은 실트층과 패각류를 깔고, 잎이 달린 가는 나뭇가지를 이용한 부엽공법(敷葉工法) 등 고대토목기법이 사용돼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였던 것. 신라시대 사람들이 태화강 쪽 하류에서 채집한 굴 껍질의 탄산칼슘이 수분과 만나 흙을 더욱 단단히 잡았던 것이라는 상상을 보태면 너무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국가 사적 지정에 힘을 실어줬고, 문화재청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여기에 약사동 제방유적 전시관까지 완공돼 개관을 앞두고 있어 울산의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거대한 제방유적을 실물로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구성된 형태로, 제방유적 단면을 잘라 사다리꼴의 제방 성토층이 전시장 한쪽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으로 특별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울산 약사동 제방유적 전시관에는 제방유적 단면을 잘라낸 사다리꼴의 제방 성토층이 전시장 한쪽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으로 특별한 분위기를 전한다.(김미진 기자)

 울산 약사동 제방의 전체 길이는 약 155m, 옆면의 폭은 25m~37m까지 되며, 그 높이는 8m에 이른다. 이에 따른 제방저수면적(해발 21.5m 기준) 추정치는 23.639㎡이며, 저수량은 약 9만5천여㎥ 수준이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대성 울산 약사동 제방유적 전시관 학예연구사는 “일제강점기에는 이곳이 임야로 되어 있었던 것을 보면 조선시대 이전에 제방의 역할을 다하지 않았을까 판단된다“면서 “올 봄 개관을 목표로 했으나 몇 가지 문제로 잠시 미뤄진 상황이지만 전시콘텐츠를 보강해 더 나은 모습으로 개관하게 될 것이다“고 소개했다.

▲시민의 쉼터, 관광객들의 여행 명소로 사랑받는 ‘제천 의림지’

 문화재청은 지난 2006년 충북 제천시 모산동에 위치한 ‘제천 의림지와 제림’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20호로 지정했다. 제천시를 이야기할 때면 가장 먼저떠오르는 단어가 의림지일 정도로 그 역사적 가치에 대한 조명도 남다르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제천 의림지와 제림’은 의림지(義林池)와 그 제방 위의 제림(堤林) 그리고 주변의 정자과 누각 등이 함께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기 때문에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여타의 고대 수리시설들과는 다른 면보를 과시하기 때문에 부러움을 산다.

 이는 해발 320m의 높은 산곡 지형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로 풀이된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영호정(映湖亭)과 경호루(鏡湖樓)를 비롯해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는 우륵정 등 기록으로 남아있는 정자와 누각까지 역사·문화적 콘텐츠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 또한 장점 중 하나다.

더불어 의림지는 현재까지 관개시설 기능을 수행하는 유일한 저수지로 평가되고 있다. 면적 15만1470㎡, 수심 8~13m, 저수량 500만~600만㎥를 유지하면서 농업용수를 공급하면서 그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낮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의림지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풍경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올해로 12번째 개최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을 비롯한 크고 작은 제천의 유수의 행사들이 이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모습을 통해 제천 시민의 사랑을 받는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디.

 지난 1972년 464mm의 강우량을 기록한 태풍 베티로 인해 전국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있었던 때, 의림지도 제방의 일부가 붕괴되는 아픔을 제천 시민 모두의 노력으로 극복했다는 사례도 이를 방증해주는 대목이다. 당시, 제천시민과 공무원, 군인, 학생들이 “우리 고장은 우리 힘으로 복구하자”는 마음으로 헌신적인 노력을 펼친 결과,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이 의림지 구석구석에 남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제천 의림지가 가진 힘은 바로, 수려한 경관과 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일 것이다. 현재 제천시는 의림지의 역사적 위상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내년 말 개관을 목표로 ‘의림지 역사박물관’을 건립 중에 있으며, 관련 유물수집에도 힘쓰고 있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 의림지가 유구한 역사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새로운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거듭나는 것은 어쩌면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

울산·충북 제천= 김미진 기자

◆자문위원 최완규((재)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원광대 교수)
성정용(충북대 교수·한국상고사학회 회장)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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