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예산업을 통한 창조경제 창출
전통공예산업을 통한 창조경제 창출
  • 임중식
  • 승인 2016.09.20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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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전주IC로 진입하여 전주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전주월드컵경기장이다. 국내에서도 아름다운 경기장으로 꼽히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조화로 만들어 냈다. 그런데 이곳의 지붕이 특이한 것이 합죽선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예부터 부채는 전주의 대표적인 특산품이다.

 조선시대부터 전주 부채는 최고의 명품 중 하나였다. 단오날, 왕이 아끼는 신하들에게 부채를 하사하기 위해 부채의 명산지인 경상도와 전라도의 방백(方伯)에게 명해 궁중에 부채를 진상하도록 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전주 부채가 단연 으뜸이었다고 한다. 과거 전주 인후동 가자미 마을에는 선자장(扇子匠)이라는 부채 장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여 부채마을을 형성하기도 하였는데, 지난해에는 선자장이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로 지정되는 등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보급 등 현대기술에 밀려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또한, 전통을 이어 가는 길이 가시밭길임을 불 보듯 뻔히 알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외면하여 계승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이 많다. 이것은 비단 부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많은 전통공예품 장인들은 열악한 환경과 전승의 어려움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실정이다. 전통공예품은 빼어난 기술과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공산품에 자리를 빼앗긴 지 오래다. 현재, 전통공예 산업에 종사하는 업체 수는 8,000여개, 종사자 수는 4만여 명이다. 이 중 약 90% 이상이 개인사업자로 가내수공업 수준이고, 개인적인 채널에 의존한 유통 등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1인당 매출도 60백만원 수준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전통문화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내려온 국가적 자산이자 현대문화의 창조적 원천임을 알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서구 선진국들은 전통문화를 현대 기술과 결합하여 산업을 육성해오고 있으며, 특히 일본의 경우 전통문화를 살린 라이프스타일 진흥에 중점을 두고, '전통적 공예품'에 대한 국가 지정제도를 운영 및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복, 한지, 자기 등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문화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홀대를 받아왔다. 늦게나마 작년 5월 '공예문화산업진흥법'을 제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조달청에서는 지난 1999년부터 전통공예품의 판로를 확대하고자 노력해 오고 있다. 무형문화재와 같은 장인들이 전통문화 전승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통공예품을 정부조달물자로 지정해서 공공기관이 기념품, 선물 등 각종 용도로 구매하도록 협조요청하고 있으며, 공모전이나 권역별 전시회 등을 개최하고 정부대전청사 내에 정부조달문화상품 전시판매장을 운영하는 등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에게 그 우수성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전통공예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창조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전통문화가 단순히 '옛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대표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통공예산업의 진흥을 위한 국가의 지원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장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이다. 평생을 작품 제작에만 몰두한 장인들은 마케팅이 쉽지 않다. 조달청은 전통문화상품 전담인력을 구성하여 행정적 업무를 지원하는 한편, 관련 부처와 협업을 강화하여 판로를 개척하고 각 기관에 전통문화상품 구입을 지속적으로 독려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자체를 비롯한 각 공공기관도 전통공예품에 대해 적극 관심을 두고 홍보용품이나 기념품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문화가 곧 경쟁력인 21세기에는 전통문화야말로 창조경제의 핵심요소이다. 전통공예산업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깨닫고 우리의 것을 세계적인 문화로 만들어 창조경제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다.

 임중식<전북지방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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