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2> 전주역
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2> 전주역
  • 김상기 기자
  • 승인 2016.09.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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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 2편은 전주역이다. 고속도로 발달과 자가용의 증가로 기차에 대한 애착은 예전만은 못하다. 그럼에도 추석 맞는 이미지로 기차역만 한 곳도 없을 것이다.

1914년 보통역으로 시작한 전주역은 1981년 5월, 현재 위치로 이전한다. 지역 양분화를 최소화하고, 교통 혼잡을 막자는 취지였다. 당시 전주역은 지금의 전주시청 자리였고, 철길은 전주를 관통하는 형국이었다. 일제가 태조 이성계의 본관 전주의 민족 기운을 끊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로를 잡았다는 이야기도 회자되던 시기였다.

가장 한국다운 도시답게 전주역사는 기와를 얹은 한옥 양식이다. 그게 전주의 첫 이미지며, 그 느낌을 담는 것에서 그림은 시작됐다.

한참이나 구상에 몰두한 화가는 땅바닥에 신문을 깔고 자리를 폈다. 추석 연휴 전주역에 들고 나는 사람들 표정을 차분히 담아간다.

요즘은 보기 드문 망간에 도포 입은 도인이 지나가자, 금세 화면에 도인이 출연한다. 그렇게 한 점의 그림이 완성됐다. 이제 또 한 점을 더 그려야 한다. 생각처럼 쉽게 되는 작업이 아니다. 두 점을 채색 없이 스케치 하는데 만 3시간 넘게 걸렸다.


화가는 전주역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고 가부좌를 틀었다. 그림에 몰두하던 화가는 고민을 토로했다. “명절 분위기 나는 짧은 문구가 있으면 좋겠는데….” 2개를 적어드리니 ‘추석은 고향에서~’를 택해 곧바로 그림의 일부로 만든다.

이제 기차를 그릴 때가 됐다. 다시 선로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잘 빠진 KTX가 유유히 지나가지만, 화면을 채우는 건 칙칙폭폭 증기기관차다. 화가는 “그런 게 그림의 맛”이란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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