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여정, 목표 내려놓기
나를 찾아가는 여정, 목표 내려놓기
  • 이신후
  • 승인 2016.09.19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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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은 내가 태어난 곳. 그리고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다. 직장을 위해, 학업을 위해 살던 곳을 떠나 타지에 머물러야 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5일간의 명절 휴일은 수많은 사람들을 고향으로 이끄는 날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재충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터로 돌아갔을 것이며 어떤 사람들은 가기 싫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힘들게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현실사회부침에 시달리고 갈등하던 어떤 이들은 기어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우리가 이토록 고향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그곳에는 어린시절의 추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함께했던 사람들과 슬프고 기뻤던 기억들. 우리는 저마다 그곳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고향이 있다. 물리적 공간으로서 고향이 아니라 바로 가슴에 간직해온 가장 소중했던 시절이다. 이 고향은 자신이 즐거운 일을 했을 때, 어딘가 여행을 떠났을 때,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었을 때, 무엇인가 몰입해서 만들었을 때, 등 되돌아 봤을 때 가장 행복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을 것이고 바로 그 장소, 그 사람, 그 일이 또 다른 고향인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마음속 고향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 같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힘들고 불행하고, 또 외롭다. 매스컴에선 어린 학생들, 젊은 청년들이 삶을 비관해 자살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제일 높다는 이야기는 이젠 모두가 담담하게 들을 만큼 익숙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단지 세상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한 묻지마 살인 등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삶을 불행하다고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삶을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을 것이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거치며 경쟁사회 속에 자란 우리는 어릴 때부터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해야 한다고 교육받으며 자라왔다. 모두 산업역군이 되어 ‘잘 살아보세’라는 말을 외치며 더 잘 살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강요를 받으며 자라 온 것이다. 목표는 당연한 것이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목표가 행복의 또 다른 이름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런 목표와 달성하고자 하는 피나는 노력에 의해서 우리나라도 발전하고 나 자신도 성장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며 살아온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했는가? 원하던 학교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을 원하고, 취직해서는 승진에 승진을 목표로 하고 가정을 이루어서는 좋은 차, 좋은 집 갖는 것으로 목표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자신의 삶에서 그치지 않고 자녀가 생기고서는 또다시 자녀에게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할 것이다. 자녀에게 목표를 세우기를 강요하는 것은 어찌 보면 결국 내 자신이 나를 위해 설정한 또 다른 목표를 세우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목표를 위해 에너지가 고갈되는 줄도 모르고 내가 행복한지도 잊은 채로 계속해서 달려나가며 그 안에서 만족을 찾기란 이미 쉬운 일이 아니다.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을 위한 목표가 이제는 오히려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느낀다면 목표에 정지선이 필요한 순간이 온 것이다. 자신이 한없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는 적정한 선에서 멈추어야 한다. 하던 것을 멈추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이며 지금 이 일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그리고 이것이 자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삶인지를 생각하며 가장 행복하고 소중했던 시절을 떠올려보아야 한다. 마치 어린 시절 추억을 그리울 때면 일상을 벗어나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는 것처럼 힘들 땐 내 마음속의 고향, 즉 행복했던 때를 찾아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나를 지치게 했던 목표를 내려놓고 마음속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결코 포기하는 것이 아닌 나를 찾는 여행의 시작인 것이다.

이신후<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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