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지켜보는 것
문화는 지켜보는 것
  • 박승환
  • 승인 2016.09.19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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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소년, 겨울소녀… 약 7, 8년 전쯤 여름에 대박 친 국내 모 은행 광고카피다. 마치 국민 단편소설 황순원의 ‘소나기’의 주인공이었던 소년소녀가 풋풋하게 살아 나오는 듯한 스토리로 대박난 광고 사례로 본다. 상업적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설레던 태환이와 연아는 우리들을 참으로 행복하게 만들었고, 아직도 그 느낌은 우리 가슴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4년 후 국가적 의무감을 지고 링크에 다시 선 겨울소녀의 한마디에선 ‘동기부여’가 가장 힘든 싸움이라고 했다. 결국, 올림픽 연속 메달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국민 성과를 가지고 왔다. 하지만, 여름소년은 그 열망이 지나쳤을까?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국민은 그를 다시 한 번 올림픽 무대에 세워 주었지만, 그가 바라던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어쩌면 무모했을지도 모르는 그 소년의 도전은 모두의 마음만 아프게 되었고, 이제는 안타깝게도 이후의 삶은 지난 세월만큼 훌쩍 자라버린 여름청년의 몫으로 남겨졌다.

올여름은 참으로 지독하게 더웠다. 답답한 정치권과, 에어컨을 장식품으로 만든 ‘전기세’등이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괴롭힐 때 그나마 리우는 열대야에 잠 못 드는 우리들에게 나름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리우의 인상적 장면 중, 여자 육상 5천m 예선에서 앞뒤에서 달리던 두 선수는 경기 중 다리가 뒤엉키며 넘어진다. 이후 서로는 순위보다는 함께 하는 감동적인 완주를 택했고. 이 모습이 전 세계에 방영되면서, 이후 그들에게 스포츠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쿠베르탱 메달이 수여되었다 한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함께 가는 것! 요즘 세상에 살아가는 가장 쉽지 않으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서로 도와주고 배려해준다는 명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달부터 바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발효된다. 아마도 전국의 기관, 학계, 언론계에서 자체적 교육과 사례집으로 당분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특성상 대충 한·두 단계면 연결 안되는 사람이 없으며, 특히 문화예술분야에서는 더욱 심하다.

필자부터 고민거리지만 꼭 필요한 정책의 변화이며, 재조정이 필요할 때가 왔다. 다행스럽게도 전주권의 문화예술계 여러 곳에서 그 조짐을 보인다. 지역 내 문화재단의 활발할 활동이다. 문제는 기존의 관리계층이다. 어줍잖은 경험과 기득권을 지키려고 모처럼 지역 문화예술의 신선한 새 바람에 찬물을 끼얹지 말기 바란다.

전주는 전북의 중심도시이며 연간 천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그 연령층을 보면 점차 젊은 층이 대세인 듯하다. 그들이 무엇을 보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서로 관계를 이어주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개인적 책임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일탈을 준비해주고, 고도 전주의 정신문화 및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된 감성문화, 조용하게 보여주는 갤러리 문화다. 공연이나 영화처럼 일방적 몰입형이 아닌 서로 생각을 나누는 자리. 선진국일수록 갤러리 문화가 발달하여 있다.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 다른 계층의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쉽게도 지역의 미술관, 갤러리는 요즘 들어서 경영난으로 문 닫는 곳이 늘어난다. 갤러리 카페 등으로 약간의 해소는 가능하겠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또 하나는 문화예술의 자생력이다. 그 자리에서 살아가는 지역민들에게서 자생적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기관 등은 아무것도 참견할 일이 없다. 그냥 놔두면 된다. 지금의 한류문화는 관리를 안해서 성공적이란 말은 정설이다. 문화는 지켜보는 것이다. 지켜보고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 역할은 충실하다.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에서 자유만큼 책임을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개인의 행동이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박승환<전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사진학)/사)현대사진미디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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