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해설 몇 가지
‘김영란법’ 해설 몇 가지
  • 유길종
  • 승인 2016.09.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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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이번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김영란법’이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지만, 처음 시행되는 법이라서 아직은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몇 가지만 살펴보고자 한다.

 ‘김영란법’은 크게 부정한 청탁과 접대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사회 부패의 주된 원인으로 연줄을 이용한 청탁관행, 접대문화가 지적된다. 혈연, 지연, 학연 등 각종 연고를 통한 비공식적 청탁이 만연하고 실제로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인식이다. 당장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는 뇌물은 물론이고 거기까지는 안 가더라도 장래 도움받을 것을 생각하고 제공하는 접대도 문제였다. 결국 때가 되면 그전의 접대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청탁관행과 접대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아야 할 고질적인 병폐이고, ‘김영란법’은 바로 이 두 가지를 주된 규제대상으로 삼았다.

 첫째로 부정청탁 금지를 본다. 원래 우리 사회는 만연한 연고주의, 청탁관행이 부패의 주요한 원인이었지만 금품수수와 결부되지 않으면 이를 처벌하지 않고 있었다. ‘김영란법’은 금품수수 여부를 묻지 않고 또한 실제로 청탁한 대로 일이 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부정한 청탁 자체를 규제하고 있다. 무엇이 부정한 청탁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청탁인지는 상식으로 판단하면 될 것이다. ‘김영란법’은 금지에서 제외되는 청탁의 유형으로 7개를 들고 있는데(제5조 제2항), 다들 상식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 유형들이다.

 ‘김영란법’은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부정청탁 금지의무를 부과하면서(제5조 제1항), 특히 공직자에 대하여는 엄한 의무와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가 부정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22조 제2항 제1호).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았을 때는 상대방에게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하고(제7조 제1항), 상대방이 다시 청탁을 하는 경우에는 이를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여야 하며 이를 신고하지 아니하면 징계를 받는다(제21조). 특히 공직자가 다른 공직자에게 다른 사람을 위하여 청탁하는 경우에는 징계는 물론이고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제23조 제1항 제1호).

 둘째로 접대 등(금품 등의 수수)의 금지에 관하여 본다. 형법상 뇌물죄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으나, ‘김영란법’은 직무관련 여부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1회 100만 원 초과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수수를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8조 제1항).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된다면 100만 원 이하를 수수한 경우에도 당연히 뇌물죄에 해당할 것이다. 또한 ‘김영란법’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100만 원 이하를 받더라도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였다(제8조 제2항, 제23조 제5항).

 한편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금품을 수수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로 8가지를 허용하였다(제8조 제3항).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사교·의례, 부조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 경조사비, 선물인데, 시행령은 허용되는 상한을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정하였다. 허용되는 것은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인 경우이므로,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대가로 음식접대나 선물을 받았다면 당연히 뇌물죄에 해당할 것이다.

요컨대 ‘김영란법’은 종래 처벌하지 않던 금품수수가 동반되지 않는 부정한 청탁 자체를 금지하면서 공직자에 대하여는 더욱 엄격한 의무와 제재를 규정하고 있고, 향응?접대도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묻지 않고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였다. ‘김영란법’에 명확성이 떨어지는 규정이 있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동안 형사영역에서 확립된 법리나 판례 등에 비추어 보면 ‘김영란법’의 규정들이 불명확하거나 모호하다고 볼 수 없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와 청탁문화가 근절되기를 기대한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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