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 갈등에 대한 대비 시작해야
수자원 갈등에 대한 대비 시작해야
  • 김현수
  • 승인 2016.09.11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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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에는 수많은 행성이 존재하지만, 지구는 그중에서 매우 특별하고 독특하다. 지구가 특별한 가장 큰 이유는 여러 생명체의 생존과 번성을 보장할 수 있는 물리적, 화학적 조건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데,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의 존재이다. 물이 없었다면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었다. 초기 지구의 대기권은 우주로부터 유입되는 해로운 방사선을 막을 수 없었는데, 물이 방사선을 차단하여 바닷속에서 안전하게 생명체가 발생하고 진화할 수 있었다. 또한, 지구가 사람이 살아가기에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바닷물의 전지구적 순환과 이를 통한 열의 분배 때문이며,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 중 75% 정도가 물이어서 적정량의 물을 섭취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이 외에도, 우리의 생존을 위해 물이 필요한 이유는 무수히 많다.

 물은 지구 표면의 73%를 덮고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물은 인류가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존재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97%는 바닷물, 즉 우리가 마실 수 없는 소금물이다. 나머지 3% 중에서도 3분의 2 이상이 극지방의 빙하와 높은 산꼭대기에 존재하는 만년설이다. 결국, 전체 지구에 존재하는 물 중에서 사람이 직접 섭취할 수 있는 물은 1%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나마 이마저도 90% 이상이 땅속에 존재하는 지하수이며, 나머지 지표수도 대부분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나 북미의 5대호와 같은 몇 개의 대규모 호수에 존재하고 있다. 즉, 지구상에 살고있는 70억 인구 중 대부분이 지구에 존재하는 물 중에서 1%에도 훨씬 못미치는 양을 나눠 사용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여러 갈등이 나타나게 된다. 불행하게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용 수자원은 균등하게 분포하지 못하고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경우가 많다. 오래전부터 수자원 분포의 불균형과 인구분포의 변화 등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가용한 물을 차지하기 위해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물에 대한 갈등이 기술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아마도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아브라함과 블레셋 왕인 아비멜렉이 우물을 놓고 겪었던 갈등일 것이다. 이로 인해 이 두사람은 평화조약을 맺었지만, 아들인 이삭 시대에도 갈등이 지속한 것을 보면 예로부터 물로 인한 갈등은 그 뿌리가 깊을 뿐 아니라 해결이 매우 어려웠던 것 같다.

 물에 대한 갈증의 완전한 해결은 현대 사회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지구촌 인구의 3분의 1이 물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정된 수자원을 여러 국가가 나누어야 하는 경우 여러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아프리카의 나일강이나 남동 아시아의 메콩강 물의 사용을 놓고 여러 국가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혹자는, 제3차 세계대전이 중동에서의 물 부족으로 인해 초래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상황은 국내 여러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 상수원 개발과 관리 문제를 놓고 자주 일어난다. 전라북도도 예외는 아니어서, 무주군과 충북 영동군 사이의 수돗물 분쟁이나 옥정호 지역 개발을 놓고 일어나는 정읍시와 임실군 사이의 갈등을 포함한 여러 문제가 나타났거나 진행 중이다.

 국가가 알아서 이런 문제들을 문제를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통합적인 물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를 통한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다. 수질은 환경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수량은 국토교통부, 저수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등 대상 주체에 따라서 관리부서가 다르다 보니 통합적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 않아 자치단체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중앙정부의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라북도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먼저, 도내에서 이미 발생했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미리 파악하고 기초 자치단체와 도가 한자리에 모여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치고 합리적 결정을 내려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타 자치단체와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는 이슈에 대해 조사 및 연구를 수행하여 미리 대응논리를 개발해놓을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지표수자원 외에 지하수를 포함한 대체수자원을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적인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에 경험했듯이 최근의 기후변화와 국제적 안보정세는 안정된 수자원의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생존에 가장 필요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도민들이 이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므로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노력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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