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0, 허용과 금지의 경계
3·5·10, 허용과 금지의 경계
  • 최은희
  • 승인 2016.09.08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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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김영란법이 아닐까싶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상한선을 뜻하는 ‘3·5·10룰’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사례별로 어떤 경우는 합법이고 어떤 경우는 위법이 되는지를 공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필자가 아는 한, 특정 법률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법률적 내용에 대해서 공부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를 투명사회로 이끄는 데 일종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허용과 금지의 양날을 지닌 김영란법을 오로지 금지에만 초점을 맞춰서 이해하는 시각은 근본적인 입법취지와 본질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김영란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와 무관하게 금품수수 자체를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사회적 논란이 됐던 ‘스폰서 검사’나 ‘벤츠 여검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연이어 무죄판결이 내려지자 직접적인 대가성 여부와 무관하게 금품수수 자체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이 일었다. 이후 2011년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이 이 법률을 제안하게 됐고 이후 논란을 거듭한 끝에 지난 해 3월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외형적으로 보면 법률의 핵심은 ‘금지’와 ‘처벌’에 있다. 해서는 안 되는 사항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가 있어야만 처벌을 면하게 된다. 요즘의 김영란법 열풍도 사실은 처벌을 면하기 위한 금지사항 숙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금지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자아내고 있는 현상은 기계적인 법률준수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법률제정의 근본적인 취지가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에는 걸림돌이 된다.

김영란법의 본질은 금지와 처벌뿐만 아니라 허용하는 측면도 있다.‘3·5·10룰’도 그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그 한도 내에서는 얼마든지 떳떳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자. 한국사회에는 고질적인 체면문화가 만연해 있어서 선물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거절할 경우 ‘너만 깨끗하냐’는 비아냥이 들리기 십상이다. 혼자서만 독야청청하겠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결국,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선물을 받는 자체가 꺼림칙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받기는 싫고, 안 받자니 욕먹을 일을 신경 써야만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주는 사람도 꺼림칙하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김영란법 제정을 계기로 더 이상 이런 곤혹스러운 상황은 재연될 일이 없게 됐다. 한도 내라면 주는 사람도 오히려 더욱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서 선물을 할 수가 있고, 받는 사람도 떳떳하게 받을 수 있다. 논란은 있지만, 3·5·10만원은 입법과정에서 이 정도는 떳떳하게 주고받아도 되는 수준이라는 데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산물이다. 주고받는 우리사회의 관행이 김영란법을 통해 양성화된 것이며, 사회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 규범으로 정해진 것이다. 실제로 김영란 전 대법관도 자신이 대법관 시절 몸소 경험했던 난처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법률을 제안하게 됐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의 김영란법 열풍에서는 이런 점은 간과된 채, 금지와 처벌에 대한 관심만 집중되고 있다. 일종의 반쪽짜리 김영란법 제대로 알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김영란법에서 허용은 금지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리고 금지에 관한 규정을 공직자 등 당사자들이 제대로 익혀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너무 겁먹고 금지사항 숙지에만 매달리지는 말자. 오히려 이제는 떳떳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어도 되지 않겠나.

전라북도의회 최은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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