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첫날 학생과의 대화 : 상상력과 만남
개강 첫날 학생과의 대화 : 상상력과 만남
  • 이귀재
  • 승인 2016.09.05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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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선한 바람이 벌써 가을을 알린다. 2학기 개강 첫날에 구릿빛으로 그을린 학생이 연구실로 불쑥 찾아왔다. 여름방학 동안에 못 봤던 터라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학생은 국책기관 연구원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중인데 가끔 슬럼프에 빠진다고 했다. 그러기에 한마디 거들었다. “일단 국책기관 연구원을 방문하여 1년 후 그곳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 넣어보면 좋겠네. 아마 힘이 들 때마다 그 장면을 떠올리고 상상하면 새로운 힘이 솟아 나오지 않을까?” 언제든 그곳 연구원에 가고 싶다면 내가 심부름을 보내 줄 테니까 미리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학생은 환하게 웃으며 연구실을 나갔다. 생각만 해도 기쁜 모양이었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힘들고 지칠 때 자신이 그리는 미래의 상상력은 새로운 힘과 삶의 에너지를 준다.

어디 상상력이 여기에만 그칠 것인가. 지금 우리는 지식기반 시대를 넘어 ‘상상력의 창조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진입한 오늘날 상상력(imagination)은 미래 국가발전과 기술 원동력이며 새로운 혁신(innovation)을 이끄는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 바이오, 나노, 스마트, 사물인터넷, 사이버와 물리시스템의 결합, 생명공학 등 무궁한 세계에 진입하기 위한 미래 상상력은 우리에게 희망과, 비전과, 거대한 힘의 원천이 아닐 수 없다. 상상력과 모험은 학문이나 영역의 경계선을 질주하여 다양한 이질적 요소들을 결합시키고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만들어내는 혁신적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오후 학생들과의 개강 만남도 젊음의 꿈을 키워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어쩌면 나 자신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감성과 열정의 힘을 더 얻었을지도 모른다. 익산 캠퍼스의 여름날이 저물고 면담을 마치자 문득 옛날에 봤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E.T 영화가 떠올랐다. 하얀 달빛을 배경으로 삼고 어린 꼬마소녀와 E.T가 서로 손가락을 마주치는 장면이었다. 외계인과 소녀라는 서로 다른 차원의 세계가 감정을 나누는 공상 과학의 장면은 지금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E.T를 굳이 바꾸어 E(emotion, 감성)와 T(technology, 기술)라고 한다면 우리는 지금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물과 사물이 만나고, 인간의 신체에 칩이 내장되어 사람과 사물이 서로 교호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얼마 전 미국 예일대 물리학 박사는 국내의 발레 무용가와 융합공연을 진행하여 발레 움직임으로 중력, 작용과 반작용, 운동법칙 등 고전물리학 이론을 설명해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 공연의 목적은 “학문 간의 경계와 상상력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주고 싶었던데 있었다.” 이 또한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는 E.T.의 명장면이 아닐까? 또다시 지역과 대학이 모두 협력하여 상상력과 창조에 기반하는 소프트 파워,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셉트, 산학연간 네트워크 구축과 끊임없는 브레인스토밍으로 끝없는 가치창출의 사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밀려온다.

다시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전북의 어느 지역에 거대한 규모의 ‘상상과학 콤플렉스 단지’를 만드는 구상을 해본다. 그곳에서 전북지역의 학생들이, 무한한 우주의 공간에서 유영(遊泳)하며 별을 헤쳐 지나가고, 거대한 인체 공간을 만들어서 나노로봇을 타고 우리 몸의 신비를 체험하거나, 미생물의 세계를 거대한 세계로 확대하여 수많은 영감과 직관의 힘을 얻어 지역과 국가의 소프트 파워로 커가는 것이다. 대학과 지역이 협력하여 미래 전북의 모습을 상상하고 실현하는 로컬 상상력(local imagination)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우리 전북이나 한국인이 갖고 있는 신명, 솜씨, 협동, 열정, 농경문화의 인내력 등이 가미된다면 더욱 흥겨운 일이 될 것이다.

내일은 아까 만났던 학생에게 먼저 연락해야겠다. 당장 다음 주중이라도 국책연구원에 심부름을 시켜서 하루빨리 자기가 염원하는 모습을 가슴 속에 상상하도록 만들어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이귀재<전북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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