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가 넘쳐흐르고 있다
생기가 넘쳐흐르고 있다
  • 이문수
  • 승인 2016.09.0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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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아시아는 끓는 물이다. 언젠가 솥뚜껑은 솟구칠 것이고, 갇혀 있던 변방의 힘이 솟아서 나올 것이다.”

 지금 전북도립미술관은 젊음의 생기가 넘쳐흐르고 있다. 지난 2일,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아시아현대미술전 2016>에 아시아 14개국에서 유망한 미술가들이 몰려와서 비범한 미술판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막식에서는 중국의 루양(Lu Yang)은 무빙 갓(Moving God) 퍼포먼스를, 한국의 유목연은 관람객에게 잔칫날에 걸맞은 국수를 끓여서 대접하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다음날 몽골의 엥흐볼드 토그미드시레브(Enkhbold Togmidshiirev)는 게르 속에서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쓰고 몽골인의 삶과 고뇌를 담아낸 퍼포먼스를 했다.

 제국주의 패권에 의해 대부분 식민으로서 근대를 맞이한 아시아는 아픔을 갖고 있다. 아직도 한국사회의 곳곳에 그 역사의 상처들이 오롯이 남아있다. 하얀 가면의 제국, 우리 안의 사대주의, 서구인의 뒤틀린 오리엔탈리즘, 그로 인해 형성된 옥시덴탈리즘. 이런 것들을 우리 자신의 미술 언어로 추슬러서 프레임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을 짜는 것은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언어를 취합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선 다르게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펼친 <아시아현대미술전 2015>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아시아의 문화적인 상황을 폭넓게 펼치고 규명함으로써 아시아 현대미술의 미학적 특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지역 미술 활성화와 국공립미술관의 특성화 전략의 하나로도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올해는 치열하게 내달리는 아시아 청년미술가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려주면서 우리 자신의 미술 언어로 프레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탈 서구적인 시각에서 아시아 현대미술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국제전이다. 9월 2일부터 11월 27일까지 열리는 “ASIA YOUNG 36” - <아시아현대미술전 2016>에서는 아시아 14개국 36명 청년미술가의 진솔하면서 치열한 예술적인 발언을 들을 수 있다.

 정치적 혼란과 개인의 정체성이 복잡하게 얽힌 아시아. 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지만, 현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면하면서 예술이 지향하는 ‘가치’를 제시한다. 더러는 어둡고, 아프고, 불안하고, 우울한 상황을 생동감 있는 야성과 변방의 힘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은 이 전시를 위해 중국, 홍콩,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베트남, 미얀마 등을 탐방해서 청년미술가를 섭외했고, 그 외에 타이베이 아티스트빌리지, 후쿠오카 시립미술관, 양곤의 뉴 제로 아트 스페이스 등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했다. 소위 서구의 시각에서는 변방으로 분류되는 소수의 청년미술가를 모은 것. 그래서 총 14개국에서 외국미술가 21명과 한국미술가 15명이 참여했다.

 전시와 더불어 개막 다음 날부터 4박 5일간 <아시아 청년 국제교류 워크숍>을 하면서 아시아 속에 있는 사회문제에서 파생되는 예술적인 문제들을 들추고 드러낸다. 워크숍을 통해 미술가와 미술계 주요 인사 20여 명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발표하고, 자국의 현대미술을 알리고, 그에 따른 질의와 토론이 이어질 것이다. 서로 교류하고 공감하면서 아시아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한국미술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가치와 담론을 제시할 것이다. 국제전과 워크숍을 통해 전북도립미술관이 아시아 현대미술의 허브로 작용할 것을 기대한다.

 가을의 길목에서 전북도립미술관을 찾아 아시아 청년미술가들의 투박하고, 신선하고, 진정성 있는 현대미술을 즐겨 보시라. 다양한 장르와 경계를 가로지르는 거칠고 신선한 예술적인 행위 속에서 참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벌여 놓은 판에 흥을 더하는 건 사람이다.

 이문수<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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