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문명의 발상지 만경강, 새로운 가치 발견
호남 문명의 발상지 만경강, 새로운 가치 발견
  • 박성일
  • 승인 2016.09.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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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유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됐다. 그러다 보니 큰 강은 홍수가 자주 발생해 이를 대비하기 위해 둑을 쌓고, 농사를 짓기 위해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야 했다.

 기원전 3000년경 발흥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근거지인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은 토지가 아주 비옥하여 농사를 짓기에 알맞은 땅이었다. 나일강은 기원전 3200년경 이집트 남부지방의 햄족이 정착하면서 기름진 흙으로 농사를 지었고, 그물을 던지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많은 물고기를 선물해 주었다.

 인도의 인더스와 중국의 황허 문명 또한, 기원전 2500년경 각각 인더스강과 황허강을 끼고 농업을 중심으로 농경문화가 발달하면서 형성됐다.

 농업 생산력이 높아지니 인구가 늘어났고 외부와의 교역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가 된 것이다.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밤티마을에서 발원한 만경강은 총 길이 98km로, 대한민국 최고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를 가로지르며 호남평야를 비옥하게 만드는 대동맥으로 그 가치가 있다. 만경강은 고산천, 소양천, 삼천과 전주천 등으로 흐르다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에서 전체가 합류한다. 그리고 김제, 익산, 군산을 거쳐 광활한 새만금으로 이어진다.

 만경강은 호남의 젖줄이자 삶의 근원이 되는 물길이다. 만경강은 비옥한 토지와 연결되어 함께 모여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됐다.

 상류는 중요 식수와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등 비봉·운주·화산·동상·경천 지역 주민들의 삶과 연결된다. 고산·봉동·용진 지역은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풍성한 내수 어업이 성행했다.

 만경강에 뿌리를 둔 지명도 많다.

 용진의 ‘터지내’는 비만 오면 물이 터져 잠긴다 해 이름이 붙여졌다. 봉동 ‘배매산’은 새우젖배가 봉동까지 왕래했던 배를 묶어 놓았다 해 불리었다. 옛 완산 8경의 하나인 ‘동포귀범(東浦歸帆)’은 봉동 마그네 다리와 주변지역의 돛단배들이 오고 가는 아름다운 장관을 표현한 말이다.

 삼례 한내 천에 내려앉은 기러기떼의 아름다운 장관을 노래한 ‘비비낙안(飛飛落雁)’은 석양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루어 지금도 작가들의 명소가 되고 있다.

 삼남대로의 교통 합류지역이자 동학 농민혁명 2차 봉기지역인 삼례는 일제 강점기 호남의 쌀을 수탈하기 위한 거점지역이 되었다. 지금 삼례문화예술촌이 자리 잡은 곳은 쌀을 수탈하기 위한 중간 집결지가 됐고, 만경강을 이용해 육지의 곡식들을 바다로 수송해 갔다.

 이처럼 만경강은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처럼, 사람은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역사, 주민들의 삶이 직결된 시공간의 대상이다.

 최근 완주군이 비오톱 조사를 진행한 뒤 만경강 생태자원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은 물론, 신천 습지 등 보전지구 지정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사람들의 이용, 농업, 축사 등으로 인한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운동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완주군은 “만경강의 가치발견”이란 주제의 ‘제1회 만경강 생태포럼’을 통해 만경강에 대한 가치발견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을 선언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우리는 선조들의 삶이 만경강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밝히고, 중요성과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특히 만경강과 함께 살아온 마을주민들의 이야기는 중요한 역사자원이 될 것임을 깨닫게 됐다.

 완주군은 앞으로 이러한 자원들을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일에 투자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 산업은 ‘문화와 가치’의 발견이다.

 사업이 우선이 아니라 가치발견이 우선이 되는 “만경강 생태포럼”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만경강의 가치를 조명하고 미래세대에 이어갈 다양한 생태정책을 디자인해 나갈 계획이다.

 박성일<완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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