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사태의 교훈
이대 사태의 교훈
  • 박세훈
  • 승인 2016.08.3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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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사업(평단사업)으로 촉발된 이화여대 사태가 한 달을 넘기고 있다. 평단사업은 전문계 고등학교 출신의 직장인이나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4년제 대학 학위를 취득할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된 교육 사업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직장인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 평단사업의 도입 취지라고 생각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입학 자원의 부족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많은 대학들이 활로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평단사업은 모집 인원의 과반을 정원 외로 선발할 수 있고, 정부로부터 30억 내외의 재정지원도 받기 때문에 대학의 입장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사업임이 분명하다. 최종적으로 선발된 10개 대학은 내년부터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은 이미 법과 제도적으로 평생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 나라이다. 다수의 사이버 대학이 존재하고 있고, 많은 대학에 부설된 평생교육원도 있어서 원하기만 하면 자신의 필요에 맞는 학사 학위도 받을 수 있다. 선취업자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80년대 초에 개방대학을 설립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모든 개방대학들이 일반대학으로 바뀌어 학생 모집을 하고 있지만, 이번에 평단사업에 선정된 몇 개 대학은 예전의 개방대학이기도 하다. 개방대학이길 포기한 대학에게 개방대학의 역할을 다시 하도록 재정지원하는 모양이 된 것이다.

 이화여대의 사태가 남긴 파장이 크다. 이대는 학생들의 반발로 평단사업을 포기하였지만, 몇 개 대학에서 추가로 반발 움직임이 있어서 2학기 개학을 앞두고 대학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평단 사업의 포기에 그치지 않고,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한 달이 넘게 본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화여대의 속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대사태를 보면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교육부의 정책 추진 과정의 문제이다. 이번에도 교육부는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재정지원 사업을 공모할 때 대학의 입장에서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대학에서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 때는 우선 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해야 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 달여의 시간으로는 무리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대 사태가 예고된 참사로 이해되는 까닭이다. 학생들의 실력행사로 교육부의 사업이 취소되는 선례를 남긴 것도 뼈아프다.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대학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일이 있다. 이번 이대 사태는 단순히 평단사업 때문에 생긴 일은 아닌 것 같다. 현 총장 취임 이전부터 예정되어 있다고는 하나, 최근 추진한 각종 사업들이 학생들의 혜택을 감소시키는 것이어서 학생들의 불만이 내재하여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평단사업의 취소가 총장 사퇴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복잡한 내부의 이해관계가 연루된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사소한 사업일지라도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하는 소통행정이 필요하다. 교육부도 충분한 시간여유를 두고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부 정책의 조정문제이다. 아직 대학구조개혁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초안을 보면 대학구조개혁으로 폐교될 위기에 처해있는 대학들에 「평생교육법」에 의한 평생교육시설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으로의 전환 등의 내용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선발된 대학의 수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폐교되는 대학들에게 이러한 기회를 주어 폐교로 인한 사회적 파장도 줄이는 것이 좋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선취업자나 무직 성인을 위한 고등교육의 기회는 열려 있다. 무리하게 추가적으로까지 선발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어떤 사업이든 찬반이 있을 수 있다.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세훈<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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