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서 도시재생의 새로운 길을 찾다
빈집에서 도시재생의 새로운 길을 찾다
  • 이춘석
  • 승인 2016.08.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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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포켓몬고’라는 증강현실 게임이 유행했다. 현실에선 아무것도 없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보면 포켓몬 캐릭터들이 나타나 화면에서 이것을 잡는 것이다.

 익산 구도심 거리를 지날 때면, 예전에 북적거렸던 사람들과 반짝반짝 윤이 나던 상점들이 마치 증강현실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한다. 물론 현실에서 보이는 것은 문 닫은 지가 오래 돼 깨진 유리창이 방치된 상점들과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빈집들, 낡은 간판만이 예전의 용도를 알려주는 폐허가 된 건물들뿐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빈집의 증가는 비단 익산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도시의 쇠퇴로 인한 빈집 증가는 세계적으로 이미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맞물려 빈집문제는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초과한 2008년을 기점으로는 주택정책의 패러다임 전환마저 요구되고 있으며, 사유재산에 대한 정보보호를 이유로 전국의 빈집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2011년부터 빈집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지자체들은 빈집정비를 위한 지원조례를 제정해 나가기 시작했다.

 독일, 일본, 영국과 같은 선진국은 이미 신규공급을 제한하고 기존 주택 활용에 중점을 두는 강력한 주택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빈집 비율이 14%에 육박하고 있는 일본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빈집 조례를 시행하고 있으며, 급기야 중앙정부는 2015년 5월부터 ‘공가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전면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빈집정비정책은 지역사회의 안전이나 경관을 심각하게 해치는 빈집들의 철거절차와 빈집 활용 시 정비 및 지원프로그램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 지역사회의 창발적인 노력들이 결합하여 빈집들은 지역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다양한 공간으로 부활하고 있다.

 일본의 이토시마시에는 빈집을 활용해 만든 쉐어하우스가 있다. 빈집을 개조해 집이 필요한 이들에게 방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아키야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집이다. 여기에는 값비싼 주택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지역주민의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도우며 지역사회와 연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대학생들은 싼값에 방을 구할 수 있어서 좋고 이 동네 어르신들은 젊은이들 덕분에 마을에 활력이 생겨서 좋아하신단다. 이 외에도 카페나 방과후학교 등으로 이용되는 빈집들도 있다. 빈집들을 활용하여 지역 내 커뮤니티의 거점으로 만들어가는 세타가야구의 사례도 참고할만하다.

 필자가 도시재생이라는 공약 실현을 위해 1호 법안으로 빈집특별법을 발의한 이유는 빈집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도시재생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이다. 지금의 박근혜 정부하에서 지방의 도시재생을 위한 자금지원을 이끌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범죄를 유발하고 불법의 온상이 되는 빈집문제의 심각성을 정부가 더 이상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국의 연립정부도 주택정책에 있어 빈집활용을 최우선과제로 선정하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한화로 약 1,500억원 규모의 지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방정부는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정비 계획을 수립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되며, 빈집에 관한 정보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빈집은 더 이상 흉물이 아니라 도시재생의 활로를 보여줄 무한한 가능성이다. 필자의 1호 법안이 익산의 구도심을 예전과는 또 다른 활력을 지닌 새로운 공동체로 만들어나가는 데에 소중한 마중물이 되길 바라며, 본회의를 통과해 세상에 나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진력을 다할 것이다.

 이춘석<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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