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향욱부터 우병우까지
나향욱부터 우병우까지
  • 이용호
  • 승인 2016.08.25 17: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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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민중은 개·돼지’라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는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그저 더위 먹은 인사중 하나인가 했다. 검사장으로 퇴임한 변호사가 개업 후 매년 100억 원대의 수임료 수입을 올렸다는 사실과 친구에게서 받은 4억여 원의 소위 종자돈으로 120억 원의 ‘주식 대박’을 냈다는 현직 검사장의 스캔들을 보고서야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최근, 부동산 투기를 비롯한 갖가지 의혹을 받으면서도 청와대의 무한 엄호를 받는 민정수석까지 접하고 보니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구나 하는 배신감 같은 것이 치민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개·돼지 발언’으로 결국 파면됐다. 그의 죄가 정말 ‘말실수’였을까? 어쩌면 그의 잘못은 고위공직사회가 그간 공공연한 비밀로 삼아왔던 ‘민중은 개·돼지’라는 속내를 너무나 솔직하게 누설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국정교과서든 사드든 전기요금이든 우 수석이든 국민 분노에 눈 감고 귀 막고 기계처럼 매뉴얼만 읊어대며 면피할 궁리만 하는 현 정부에서 진심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고위공직자가 몇이나 될까. 실망감 때문에 이런 참담한 생각을 해본다.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전 검사장은 공명정대를 표방하는 법조계의 표리부동을 상징하는 전대미문의 부패역사로 손꼽히게 되었다. 지금껏 밝혀진 것만 해도 그들이 권력을 이용해 부당히 벌어들인 돈은 보통 사람들이 평생 만져보기조차 어려운 액수다. 내 집 마련이 하늘의 별 따기인 세상에서 오피스텔만 123채를 사들여 제 배 속을 채우는 잘못된 고위공직자의 ‘딴 세상’을 바라보며, 당장 전기요금을 걱정하는 국민들은 스스로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다.

 범법자도 아닌 나향욱 전 기획관도 파면당한 마당에, 전관예우 꼬리표가 붙은 홍만표 변호사는 탈세 혐의만으로 수사가 ‘적당히’ 마무리되었고, 진경준 전 검사장은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는데도 해임처분, 고작 그뿐이다. 권력의 세계에서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

 유례없이 고집스러운 권력의 비호 대상도 있다. 바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우 수석의 처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 반이 넘었다. 이후 진경준 검사장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인사 부실검증, 아들의 의경복무 꽃보직 의혹과 장부상 회사를 통한 탈세 의혹 등 수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퇴를 했어도 한참 전에 했었어야 할 인사가 최근 경찰청장 후보자와 개각 대상의 여러 장관 후보자들을 검증해 부실검증의 역풍이 분 바 있다.

 우 수석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첫 공식 발표는 우 수석을 감찰하던 특별감찰관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감찰 내용을 언론에 흘려 국기를 흔들었다는 것이 그 이유. 범죄자를 잡기 위해 범죄소굴로 들어간 경찰에게 칭찬은커녕 유리창 깬 것만을 문제 삼는 꼴이다. 심지어 그가 언론에 흘렸다는 말은 민정수석실이 감찰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나아가 청와대는 ‘우 수석에 대한 사퇴주장은 현 정부를 식물정부로 만들려는 의도’라 규정했다. 폭염으로 판단력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우 수석이 버티는 것이야말로 현 정부를 식물정부로 만든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인가. 고작 비리 비서관 한 명 사퇴한다고 해서 무너질 정권이라면 어차피 제대로 된 정부가 아니다.

 나향욱,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마치 영화 속 주인공들 이름 같다. 차라리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비애감을 느낀다. 무기력해진다. 그리고 분노를 느낀다. 그들의 끝없는 물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야기가 역겹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눈을 돌려버려서는 안 된다. 그것이 그나마 더 나은 결말을 만드는 일이자,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는 길이다. 아마 최후에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비극일 것이다.

 이용호<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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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2016-08-25 22:34:59
벌래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하는데 그거야 설밟았을때 그런거지
확실하게 밟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