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치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치
  • 김종회
  • 승인 2016.08.24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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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뜨겁다. 날씨의 뜨거움에 파묻혀 정치의 뜨거움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라 펄펄 끓는 용암이 되어 임계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상대방에게 원인과 책임을 함께 전가하고 있다. 뜨거워야 할 추경예산정국이 땅속에 숨은 용암처럼 펄펄 끓기만 한다. 분출해야 해결안도 있을 터인데 안갯속이다. 요즘의 정치다.

 지금껏 한학과 한의학을 해온 내가 정치인이 되어 처음 맞이한 추경예산정국에서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러 사안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굴러갈 때가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내가 보기에도 안타까울 때가 있는데, 우리 국민 특히 자영업자와 청년구직자들이 볼 때는 어떠하겠는가? 그저 국회와 정부만 바라봐야 하는가? 20대 국회의원으로서 느끼는 책임의 엄중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책임의 엄중함은 곧 국민을 위한 정치와 상통한다. 이는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섬은 물론, 국민이 원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이치다. 정치와 정치인의 노력으로도 국민 편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과연 정치는 무엇인가? 인간이 정치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이 원하는 국민의 삶이고 안위의 보장이다. 국민 편에서 정치의 대안을 찾아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게 정치인의 근본이다. 이의 근본을 내가 평생 걸어온 학문의 세계인 한학 특히 성리학에서 찾고자 한다면 나를 시대에 뒤처진 고리타분한 한학자로만 바라볼까?

 요즘처럼 다툼이 난무하는 시대의 곳곳에 켜켜이 쌓이는 정치사회적 난제 해결에 성리학의 정신과 가르침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대학(大學)의 3대 강령인 명명덕(明明德)과 친민(親民) 그리고 지어지선(止於至善)에 어려운 현재를 헤쳐 갈 지혜가 담겨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즉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는 데 있고, 지극히 착한 데 그치는 데 있다”가 그 뜻하는 바로써, “양심을 회복하고 국민을 새롭게 하며, 너와 내가 더불어 지극한 선(善:행복)에 도달하자”라는 의미인 대학의 3대 강령을 소위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이 시점에 정치권이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 연후에야 국민 편에서 난제를 풀어내야 하고 풀어낼 수가 있다. 풀어내고 풀어낼 수 있다는 건 곧 행동으로 실천한다는 의미이다. 의미를 단순히 의미로만 본다면 대학의 3대 강령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민본 즉, 국민 편에서 국민을 위해 행동한다는 바로 그것이 성리학적 가치이다.

 내가 느닷없이 대학의 3대 강령의 실천은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하는 바는 과거의 가르침, 과거의 가치, 과거의 사상, 과거의 행동거지 등을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현상에 정치가 함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성리학 가치를 새롭게 의미부여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옛 것으로부터 창의를 돋우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고전(古典)을 읽는 이유인데,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의 가치를 통하여 옛것과 나쁜 것의 의미를 되새기고 구분함은 물론, 시대를 앞서 이끄는 정치적 가치로 삼는다면 이게 바로 국민 편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의 실현이다.

 9월 28일 시행되는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법고창신의 가치인 대학의 3대 강령으로 들여다본다면 어떨까? 부정부패의 척결이 곧 밝은 덕에 근거한 새로운 민심을 담아내어 궁극에는 너와 나의 지극한 선으로의 도달일 수 있을까? 공직자의 비리, 즉 부정부패의 폐해를 줄여보자는 사회적 합의로부터 출발하여 마침내 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이 효력을 발생하기도 전에 벌써 곳곳에서 국민 편에서 풀어낼 것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물론 주장의 타당성은 충분히 인식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정작 김영란법의 ‘무엇’이 국민 편에 서있는 법의 가치인지에 대하여는 그 주장의 강도가 매우 약하다. 그저 법의 의미와 존재론적 당위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시행된 후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바꾸면 되지 하는 포기의식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챙겨볼 일이다. 민심을 골고루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때론 아쉬움이 크지만 어쩌겠는가. 부정부패척결이라고 하는 입법취지에 맞는 행동의 변화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밖에. 민본, 즉 국민 편에서 국민중심의 가치실현을 위해 행동한다는 바로 그것이 법고창신을 되새기는 성리학적 가치의 실천이라면 김영란법의 실현이야말로 궁극의 선에 도달하는 실천궁행이 될 것이고, 바로 우리의 정치와 정치인이 실천궁행의 맨 앞에 서야 한다. 국민 편에서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는 실천궁행이 바로 김영란법이다.

 김종회<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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